[초점] 삼성그룹 계열사간 기업포럼 경쟁치열

「네티즌의 시선을 조금 이라도 더 붙잡아 두자.」

컴퓨터통신란에 포럼을 개설, 운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네티즌 이목끌기 경쟁이 치열하다. 천리안과 하이텔에 60개가 넘는 업체가 포럼을 운용하고 있고 유니텔에는 40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자사 홍보는 물론 기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경쟁은 불가피한 것. 이들은 네티즌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는 것이 기업포럼 개설의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정기적인 경품제공 등 각가지 유인책을 쓰고 있다.

기업포럼 운용에 관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유니텔을 통해 기업포럼을 운용하는 20여개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마치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을 연상하게 하는 「열전」을 벌이고 있고 특히 접속 상위권 업체들이 「의외의」 부품사들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사례는 또 유니텔 이외의 통신망에서 접속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여타 비삼성기업들에도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유니텔의 삼성그룹사중에는 삼성전기가 네티즌의 접속빈도가 가장 높고 삼성전관도 그에 버금가는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의 경우 포럼 개설 초기에는 그룹사중 하위권에 처져 있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에는 수위권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통신망의 기업포럼을 운용하는 전담 인력을 두고 사이트는 물론 회원관리까지 철저히 수행한다. 운용방법은 퀴즈를 맞출 경우 푸짐한 경품을 내걸고 이를 미끼삼아 일단 자사 포럼에 접속한 네티즌은 마지막까지 내용을 뒤져야 정답을 알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네티즌은 삼성전기나 삼성전관이라는 회사의 정체성, 생산품목, 매출규모, 기업의 우량도 등을 저절로 알게 된다. TV 채널과 마찬가지로 컴퓨터통신망의 네티즌도 몇 번의 클릭만에 다른 사이트로 옮겨 가기 때문에 이들을 좀더 붙잡기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은 비단 기업포럼뿐 아니라 일반 상업 사이트에서도 애용하는 수법이다. 천리안을 비롯한 통신망 초기화면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지사항은 어떤 사이트에서 무슨무슨 경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손님을 끌어 모으자는 것이고 이것이 이제는 기업포럼에도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회원관리 철처」라는 차별화를 추진한다. 회원제로 운용되는 포럼인 만큼 사이버 공간에서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야간에 이들과 사이트 운용자가 직접 채팅에 나선다.

이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과의 실제 친교시간도 갖는다. 한 달에 한두번 가량 네티즌을 대학로 등지에 초대, 사이트 담당자와 함께 식사와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살아있는 일반인들의 희망 건의사항을 수렴한다.

이들 부품사는 컴퓨터통신의 기업포럼 상위권을 달리면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부수적으로 거두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외형이 2조원에 이르는 세계 7대 부품업체다. 삼성전관은 매출 3조2천억원, 세계 최대 브라운관 기업이다. 덩치로 따져도 웬만한 국내 중견그룹의 총매출액을 능가하는 초대형 기업들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못하다. 이탓인지 그룹 신입사원들의 입사 희망순위에서도 기업의 「세계적 명성」에 걸맞지 않게 후순위에 머무르곤 한다.

그래서 이들 업체는 컴퓨터통신 기업포럼에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네티즌이 대부분 젊은층이고 여론 주도층이기 때문이다. 부품업체로는 「유이(有二)」하게 TV광고를 실시하고 대학신문 광고에도 적극적이지만 통신의 광고 효과가 TV에 못지 않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상당히 「만족할만한 결과」라는 것이다.

통신망에서의 기업포럼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인터넷 사이트 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국내기업들도 곧 뒤따를 것이다. 「시청자의 눈을 잡는 것」은 이제 TV만이 아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