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및 아날로그 신호 변환을 통해 음성이나 화상을 압축, 복원하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업체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주로 외국 업체들이 선점해 온 DSP칩 시장에 삼성전자, 아남산업, LG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시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업참여를 선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최근 CDMA, 위성방송, 인터넷, 정보가전 등의 활성화로 국내 전자산업이 급속히 디지털화, 멀티미디어화되면서 DSP칩 시장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차원에서 시장성이 크고 부가가치도 높은 DSP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1세대 DSP칩보다 칩사이즈를 20% 이상 축소하고 동작속도를 40MIPS(초당 1백만 명령어 수행)로 향상시킨 2세대 16비트 DSP칩을 개발, 내년 초부터 월 10만개 규모로 생산할 방침이다. 특히 이 회사는 2000년 세계 10위권의 비메모리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총 1조3천억원을 투자, 마이크로 시그널 프로세서(MSP), DSP칩, CD롬 드라이브용 DSP응용 칩 등을 차세대 유력제품으로 선정, 중점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TI와 기술제휴를 맺은 아남도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DSP칩을 주력품목으로 선정, 총 8천억원을 투자해 토털 솔루션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남은 특히 TI의 회로선폭 0.35미크론 DSP 설계기술을 토대로 첨단 DSP칩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LG반도체,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대응해 멀티미디어와 통신관련 비메모리 반도체를 우선사업으로 고려하는 등 DSP시장에의 본격적인 참여를 검토중이다.
외국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향후 국내 DSP시장이 활황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잇따라 DSP사업을 강화하는 등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DSP시장의 선두업체로 멀티미디어, 디지털 전화통신, 화상회의, 무선화상통신 등과 관련 DSP솔루션을 주력 소개하고 있는 TI는 최근 초보자용 DSP키트 공급, DSP솔루션 심포지엄 개최, 고객 정보센터 개설 등을 통해 DSP기술의 저변확대를 꾀하고 있다.
모토롤러도 최근 DVD, 세트톱박스, 화상처리관련 DSP사업 강화를 위해 DSP모델을 15개로 대폭 늘렸으며 특히 오디오분야에서 스테레오, TV, 카스테레오 등 서라운드의 음장제어 DSP시장을 겨냥, 「AC-3서라운드」용 DSP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또한 아날로그디바이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DSP그룹, SGS톰슨 등도 잇따라 신제품을 개발, 국내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향후 선발 외국 비메모리 업체들과 후발 국내 업체들간의 DSP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DSP시장은 올해 20억달러에서 내년 30억달러로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며, 특히 국내시장은 통신 및 멀티미디어 기기의 급속한 디지털화에 힘입어 올해 1억달러에서 내년에는 최소한 2억달러, 2000년에는 10억달러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