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꼬박 D램 가격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허덕였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의 마케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3사의 96년 반도체관련 매출은 올 초 목표의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당초 10조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던 삼성전자는 대략 67억달러(약 5조4천억원)에 그쳐 지난해(83억달러, 6조6천억원)보다 무려 1조2천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LG와 현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초 4조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던 LG반도체는 지난해 매출(2조5천억원)보다 4천억원 줄어든 2조1천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전자도 매출이 당초 목표했던 5조2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며 지난해(2조9천억원)보다 8천억원 이상 줄어든 2조∼2조1천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목표대비 실매출이 큰 차이가 난 것은 주력제품인 16MD램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어느 정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아래 매출목표를 책정했으나 실제 16MD램 가격은 지난해 말 45달러 이상에서 올 2‘4분기 이후 10∼15달러선으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또한 이같은 가격급락에 따른 매출하락으로 세계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위상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TI를 제치고 6위에 올라선 삼성은 올해에는 TI와 다시 자리를 맞바꾸며 한단계 떨어진 7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무려 11단계를 뛰어올라 10위에 랭크됐던 현대전자는 5단계 이상 떨어지고, 지난해 16위에 오른 LG반도체도 한단계 떨어지거나 자리유지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반도체 3사는 내년에 가격회복세는 더딜지 몰라도 수요는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 시황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97년 매출목표를 올해보다 30% 정도 늘려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7조원 수준, LG와 현대는 각각 3조원선에서 97년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