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성수기 컴유통시장 때아닌 부도 열풍

「겨울철은 최대 성수기」란 컴퓨터업계의 오랜 전통이 깨지고 있다.

컴퓨터유통업체들은 12월에서 내년 2월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PC시장의 겨울철 최대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불황에 따른 판매부진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성수기를 겨냥해 많은 물량을 확보하면서 막대한 자금투자를 했던 컴퓨터유통업체들은 판매부진으로 오히려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PC를 직접 조립해서 판매하던 일부 PC유통업체들은 부도를 내고 도산하거나 전업을 모색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최근 전국 20개의 유통망을 갖춘 중견 컴퓨터유통업체인 H사는 지난달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이달초 부도를 내고 도산했으며 지난달 중순에는 중견 컴퓨터업체인 S사가 자금난이 심화돼 결국 회사문을 닫았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전국 규모의 유통망을 갖춘 컴퓨터업체인 L시스템이 수십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각종 컴퓨터주변기기는 물론 자체브랜드 PC를 출시할 만큼 규모가 큰 중견컴퓨터 유통업체의 침몰은 올해초 생산라인 증설과 유통망을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투자에도 불구하고 이후 겨울철성수기까지 지속적으로 판매매출액이 감소하고 출혈경쟁에 따른 판매마진이 큰 폭으로 감소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 PC업체의 대리점들도 부도를 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한국HP의 부산대리점인 J, 부산의 삼성전자 컴퓨터 대리점인 E사, LG전자의 컴퓨터대리점인 S사도 최근 각각 10억여원의 부도를 내고 도산했으며 서울의 삼보컴퓨터 대리점인 K사도 이달초 부도처리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갖고 예년의 겨울성수기동안 평소보다 80%이상의 매출시장을 올리던 세진컴퓨터랜드, 아프로만, 소프트정보통신 등 대형 컴퓨터유통업체들은 겨울철성수기가 시작되는 12월 한달동안 평소때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치는 등 경기불황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터컴퓨터시스템의 김동주 사장은 이와 관련 『최근 컴퓨터유통시장경기는 성수기를 무색케할만큼 시장침체와 판매부진이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PC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영복, 윤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