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必相 삼보컴퓨터 부사장
제조업이 국가경쟁력의 기본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같은 상식의 잣대가 왜곡된 채 누구나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한 선택으로 유통과 서비스 등의 업종으로 다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때 수출 입국이라 불리던 한국의 경쟁력은 싼 노동력과 환경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생산에 있었다. 또한 제조업체는 3D, 직업병, 산업재해 등의 단어 등에서 보듯 고도성장의 기형적인 부산물을 양산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만들면 팔리는 것이 아니고 팔릴 만한 물건을 생각해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이러한 시대에 있어 물건의 품질을 뛰어넘어 여기에 마케팅 개념을 가미한 제품과 디자인을 고려한 차별화된 상품의 개발과 생산은 한국의 중소 제조업체가 지닌 숙명적인 관문으로 보인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나 이를 가공해 제3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서비스업체들을 무시하거나 이를 거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나 서비스 업체들처럼 소비자들의 감각과 수요를 먼저 파악한 후에 이것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노하우와 시설투자 외에 빠른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노하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각국의 패션정보, 상품정보, 소비자들의 기호나 유행의 흐름을 신속하게 입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외국 경쟁사의 최신 제품 전략과 서비스 방법, 성공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업체 내에 소비자 측면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참모조직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급변하는 소비자의 구매행태나 선진국 소비성향, 주요 상품에 대한 세계 선도업체의 제품개발 및 소비자 접근방법 등 기업체에 필요한 산업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를 대폭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선별해 이를 면밀히 분석했다면 「우리가 무엇을 만들까」라는 고민을 할 차례다.
국내 중소업체들은 만들기만 해도 팔려나갔던 제조업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여러 신흥공업국가들에 미련없이 던져야 생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유행에 민감하고 경쟁력이 뛰어난 고부가가치 상품들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가 값싼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새로운 상표를 개발해 이를 잘 알리는 활동까지도 생각하면서 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