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92년 정부의 단속 이후 주춤했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올들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관련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특히 이제 불법복제는 용산이나 세운상가의 컴퓨터 조립상에 머무르지 않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까지 공공연하게 확산되고 있어 정품 소프트웨어의 유통마저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는 검찰에서 단속한 불법복제 단속건수에서 잘 나타나 있다. 올들어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의 고발로 검찰에 단속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건수는 전년도 43건보다 2백51% 늘어난 1백5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무려 1백8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는 SPC나 검찰에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단속을 강화했다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 불법복제가 다시 성행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불법복제 단속건수를 업종별로 보면 사설 컴퓨터학원이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중소기업 34건, 대기업 24건, PC판매업자 12건 순이었으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대기업의 불법복제 증가율이다. 지난해 6건에 불과했던 대기업의 불법복제 건수가 올들어 18건이나 더 늘어나 증가율면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또 단속업자의 지역연고는 전주(전북)가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8건, 경기 22건, 광주(전남) 19건, 울산(경남)18건 순으로 나타나 지난해까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불법복제가 지방으로까지 크게 확산됐음을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울산지방검찰청이 울산지역의 제조업체, 유통업체, 건설업체 등에 대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및 사용행위를 단속한 결과 한화종합화학, 효성바스프, 대농유화, 한전기공, 선경건설 등 지방에 있는 대기업들이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올들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크게 기승을 부린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5백만원을 호가하던 CD복제기(CD리코더) 가격이 1백만원 이하로 크게 떨어지면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더욱 쉬워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업자들이 이 장비를 이용해 「한글윈도95」 「한글96」 등 수십종의 소프트웨어를 1장의 CD롬에 담아 정품가격의 10%도 안되는 2만원에 유통시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일반 대학생들까지 CD리코더를 구입, 다량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불법복제해 PC통신망을 통해 판매하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불법복제의 증가요인으로는 PC를 판매하는 대기업이나 조립상 및 대리점들이 아직까지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인식하기보다는 PC를 팔 때 끼워주는 액세서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가 없는 하드웨어의 경우 고철에 불과함에도 불구, 아직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법복제로 올들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는 물론 유통회사 역시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불법복제가 지속적으로 자행될 경우 시장침체마저 예상되고 있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발표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31.7%로 93년의 62.6%, 94년의 58.6%에 비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불법복제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려면 불법복제를 철저히 단속해야 함은 물론 업계 스스로도 소비자에게 정품 사용을 권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을 인식, 복제한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