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Ⅰ] 전자산업 핫 이슈...21C 첨단방송 변신 몸부림

탄탄대로를 걸어온 방송산업이 새로운 지평선상에 서 있다. 기술은 물론이고 사업자 경쟁구조 등 방송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급진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자통신기술의 발전추세는 통신과 방송을 이끌며 방송산업 구조 전반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도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과거에는 선진국과 시차를 두고 변화가 진행돼 충격도 작았으나 최근에는 국내전자통신기술의 발전이 선진국에 근접하면서 방송환경 변화도 선진국과 시차없이 이뤄지고 있다.

방송산업 변화는 부문별 구분이 없다. 방송산업의 대표주자인 지상파의 경우 나름대로 새로운 비상을 시작할 것이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역시 산업적 위상을 찾으면서 방송산업에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이끌 것이다. 방송 및 통신업계에 화두로 등장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올해를 기점으로 대체적인 윤곽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산업에서 일고 있는 변화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와해다. 지상파 TV는 내부적으로 민방이란 강력한 도전자를 맞은 데 이어 이제 위성방송과 케이블TV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부산, 광주 등 4개 지역을 필두로 시작했던 지역민방은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96년을 기점으로 가능성을 확보했으며 올 하반기 인천 등 2차민방이 공식 출범하면 지역민방은 지상파방송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민방이 중계유선 등 새로운 파트너와 연합할 경우 민방은 중앙방송체제에 대해 직접적인 도전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위성방송과 케이블TV도 지상파체제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가 먼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1백50만 가입자를 돌파한 케이블TV는 97년 초 신도시를 중심으로 먼저 2차 종합유선방송국(SO) 허가가 이뤄지면 쉽게 3백만에 도달할 전망이다.

나머지 지역에 대한 SO 광역허가가 이뤄진 이후 방송시장 개방시점인 오는 98년까지는 5백만 가입자 돌파는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케이블TV가 전문채널을 발판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상태여서 케이블TV의 정착은 시청자의 시청형태 변화와 광고시장의 경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종합유선에 케이블TV의 대표성을 내준 중계유선방송 역시 시설 현대화가 이뤄지고 케이블TV 산업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이 추진되면 종합유선방송 이상의 위력을 나타낼 것이다. 특히 중계유선방송은 대기업이나 외국사업자들의 진출에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본과 결합할 경우 그 잠재력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무궁화위성방송 역시 새로운 방송산업사를 창조할 전망이다. 위성방송은 아직 정부부처간 이견에 따라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나 그 윤곽을 드러낼 경우 방송산업 구조변화에 폭발적인 위력을 나타낼 것이 확실하다. 24개 채널이 운용되는 데다 대기업 및 신문재벌, 통신사업자들이 막대한 자본으로 방송사업 진출을 꿈꾸고 있어 위성방송은 출발부터 파란을 몰고올 것이다. 무궁화위성 방송 외에도 데이콤과 현대전자 등이 독자적인 위성발사를 통한 방송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위성방송산업만도 내부적인 차원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방송시장은 더 이상 국내기업만의 각축장이 아니다. 미국의 디렉TV, 뉴스사, NBC 등 주요 메이저급 방송사들이 아시아시장을 최대의 잠재가치시장으로 평가하고 진출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때문에 오는 98년 방송시장 개방 이후 이들 외국 거대자본들의 국내유입은 산업적, 문화적 충격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유료방송체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유료방송체제가 도입되고 있으나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위성방송의 정착, 외국방송사들의 국내진출 등이 이뤄질 경우 오는 2000년경이면 지상파를 포함해 유료방송체제가 완전히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 한편으로 방송산업 환경변화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 새로운 변신을 모색케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당장 24시간 종일 방송을 시작해야 하며 이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미래의 방송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각 방송사마다 디지털기술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시설현대화와 송출 자동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00년을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연면적 2만∼5만평 방송센터 건립작업도 주목의 대상이다. SBS가 추진하는 탄현제작센터와 목동방송센터, MBC가 추진하는 일산방송센터, KBS가 추진하는 수원방송제작센터는 벌써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독립프로덕션계도 규모의 경제성을 살릴 것이다.

지상파의 24시간 방송체제,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의 본격화는 결국 방송프로그램 제작물량의 확대까지 가능하며 특히 대기업 및 금융자본의 유입이 이뤄질 경우 방송프로그램산업은 최대의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계성장에 들어선 라디오의 변화도 주목된다. 앞으로 소출력 FM 허가가 빨라지고 부가통신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할 경우 라디오매체는 새로운 발돋움을 할 전망이다. 라디오데이터시스템(RDS), 라디오 데이터 채널(DARC) 등 라디오 부가방송기술은 카내비게이션, 무선호출, 뉴스 등 데이터 정보 등 다양한 부가통신을 가능케 해 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라디오는 최고의 정보매체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성을 통한 장르별 음악방송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2000년경이면 청취자들은 주문형 라디오 서비스를 맛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산업의 폭발력은 뭐니뭐니해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통신의 경우 멀티미디어화, 고속화, 무선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방송분야 역시 디지털기술에 따라 채널 용량이 확대되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우 단순프로그램 전송기능에서 벗어나 인터넷, 전화, 주문형비디오(VOD) 등 신기능의 실현이 가능해졌다. 무선전송망, 광케이블 등 전송매체의 기능강화와 영상압축기술의 급진전에 따라 이뤄진 방송의 신서비스는 앞으로 방송을 대화형 정보서비스 매체로 전환시킬 전망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네트워크 속성이 기술발전에 따라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대역 전송로를 확보했으나 교환기능이 없던 방송망은 교환기능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송루트로 협대역을 활용한 통신망은 최근 광대역화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를 나타내고 있는 매체는 케이블TV, 주문형비디오(VOD), 인터넷, FM/페이징서비스이다. 케이블TV는 망 구조가 취약, 통신용으로 이용이 제약되고 있으나 전화서비스, 인터넷서비스, VOD 등의 통신서비스 구현은 가능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이같은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소요되는 부가장비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이다.

인터넷의 경우 문자, 음악, 음성, 팩스, 방송을 비롯한 동영상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제한, 낮은 영상품질, 접속곤란 및 요금부담이 과제이다. FM/페이징 서비스의 경우는 미국의 각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당분간 과도기 단계로 개별망을 활용한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고 오는 98년 이후에는 광대역 접속네트워크의 풀서비스 네트워크체제가 가능, 전화, 케이블TV, VOD, 인터넷 등이 단일망에서 가능할 것이다.

지상파TV 및 라디오의 디지털화는 방송, 통신 융합의 최종 완결판이다. 정보통신부가 2002년 디지털 지상파 TV를 서비스한다는 계획하에 지난해부터 전자통신연구소(ETRI)를 중심으로 시장조사 및 표준화연구에 착수한 상태로 올 상반기경이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