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Ⅱ] 전자산업 기상도..영상산업

<영상소프트웨어>

영상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 여건은 96년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의 여파로 영상산업은 예전과 같은 두자리 수의 고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민간경제연구소는 97년 경기전망보고서에서 6% 내외의 저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곡선의 저점을 기록할 내년의 경우 민간 소비지출의 감소로 인해 교양오락의 지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기였던 96년 3분기 가계수지에서 교양오락비의 지출이 7만원으로 전년의 7만1천원에 비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에는 비용이 적게 드는 오락비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정반대의 전망도 없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영상산업의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영상소프트웨어 시장규모 역시 전년의 1조원 수준에서 크게 신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분야의 다매체로 수익성이 제고될 소지도 많으나 국내 대기업들은 이에 대한 과실을 거둘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업들은 자체제작보다는 대부분의 영상소프트웨어를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업체들간의 경쟁 격화는 외화 판권료의 상승을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높은 판권료의 지출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업 초기다 보니 매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데 반해 투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인건비의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손익구조의 개선은 힘들 전망이다.

여기에다 외국 메이저들의 직접진출 특히 유통분야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음반유통업체인 타워레코드와 게임유통업체인 일렉트로닉부티크 등의 국내진출에 이어 비디오 등의 유통업체 진출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상산업을 둘러싼 제도적인 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영화의 사전심의의 위헌판결로 인해 민간 자율의 심의제도가 정착되고 현재 계류 중인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심의도 위헌 판결받을 가능성이 높아 「음비법률」도 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영상산업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내외적인 변화로 인해 영상산업의 구도는 대기업과 외국 메이저들간의 경쟁으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6년 말에 불어닥친 음반유통업계의 붕괴현상과 영화의 터줏대감이었던 충무로 출신의 제작자들이 모두 구속되면서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축소된 데 따른 것.

특히 대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따른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조직을 재편, 영상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헐리우드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만화영화 분야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제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상산업분야의 성장은 고성장보다는 저성장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21세기의 성장산업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철린 기자】

<방송>

방송분야는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함께 아우를 새 방송법 제정이 또 연기됨에 따라 올해도 출발부터 다소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2차 종합유선방송국(SO) 허가도 다소 흔들릴 전망이며 위성방송도 앞날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올해부터는 지상파방송의 24시간 방송이 시작되고, 인천, 울산, 전주, 청주 등 4개 지역 2차 민방의 본방송 개시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日 퍼펙TV와 홍콩의 스타TV를 비롯, 미국의 CNN, NBC, MTV 등 외국의 위성들도 오는 98년 방송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기반구축을 위해 금년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TV 채널은 최대 60여개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채널별 특성 및 방송매체간의 영역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편법적인 방송채널도 크게 늘어날 전망으로 외국의 위성방송을 통해 일부 케이블TV 프로그램이 기존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방영되고, 지역민방 프로그램 또한 국내 통신위성을 통해 전국에 방영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같은 방송산업 환경변화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개념 및 시청태도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일본의 위성방송인 퍼펙TV 한국어 채널을 통해 국내에 무차별 공급되고, 중계유선방송은 이를 수신해 여과 없이 가입자에게 공급하게 되면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과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게 된다.

현재 연합TV뉴스(YTN)와 현대방송(HBS), 코리아음악방송(KMTV) 등 일부 프로그램공급사(PP)들이 퍼펙TV 한국어채널인 KN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퍼펙TV에는 「아리랑채널」을 비롯, 국내 케이블TV PP 채널 및 지역민방의 참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 2차SO가 허가되더라도 일러야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2차SO 개국이 늦어질 것이기 때문에 PP로서는 급격한 시청자 확대 차원에서 퍼펙TV 진출을 통해 국내 중계유선망에의 접속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부산방송(PSB)을 비롯한 지역민방들은 올부터 각 지역 민방프로그램을 취합, 자체편성한 뒤, 무궁화위성의 통신위성 중계기를 이용, 독자적인 채널로 전국의 중계유선방송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계유선사업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울산 및 경주 등 일부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은 내년부터 한국통신으로부터 무궁화위성의 통신위성을 임차해 공중파방송에서 방영한 영화와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을 편성, 중계유선방송에 일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공중파방송 및 케이블TV 프로그램, 또 새로 시작될 위성방송 등이 케이블TV 전송망 및 중계유선망을 통해 공급돼, 위성방송과 유선방송(종합 및 중계를 포함)은 물론,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 공중파방송(지역민방 포함)과 유선방송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위성방송사업 준비를 해왔던 업체들은 앞으로도 허송세월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 방송법안이 내년 초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공보처와정보통신부의 이견폭이 너무 큰 데다 올해 말경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위성방송 허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방송장비시장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4개 지역민방이 1개사당 1백50억에서 2백억원 상당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고 2차SO 허가가 이뤄질 경우 막대한 방송장비의수요발생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컨버터를 비롯, 위성방송 수신안테나 및 세트박스, 기타 케이블TV 전송장비 관련 국내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확대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나 수출확대는 가능할 전망이다. 각 업체들이 해외시장 확대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해외수요 또한 폭증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올해 방송장비 시장은 수출 주력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신규 방송기술의 도입도 눈에 띌 전망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는 케이블TV의 경우 다채널 다지점분배시스템(MMDS)와 다지점분배시스템(LMDS) 등 무선전송시스템이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을 것이고 광동축케이블(HFC) 망도 전송대역폭 확대로 대화형서비스를 시현해 나갈 전망이다. 한국통신이 주축이 된 디지털 케이블TV 전송방식인 「SWAN 」도 올해 중 그 가능성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서비스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라디오 채널을 통한 무선호출등 부가통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태동할 것이고 디지털 라디오, 디지털 지상파TV도 올해 중 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한 방송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과 한국통신이 추진하고 있는 주문형비디오(VOD)도 올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