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Ⅱ] 전자산업 기상도..부품

지난 95년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만끽했다가 지난해 갑작스런 경기퇴조로 거품경기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던 부품업계는 아직까지 별다른 호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올해도 전반적인 경기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총체적 경기침체 분위기를 주도했던 반도체를 시작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반등 조짐이 일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 부품경기 전망을 불안하게 하는 위협요인이 잔존하고 있다.

부품업계는 대체로 이르면 올 2, 4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부품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품목를 제외하곤 올해 시장전망을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올해는 또 유달리 대선 등 경기 외적인 변수가 많다. 특히 원화 및 엔화가치의 향방에 따라 국내 세트와 부품경기에 미치는 결과는 예상을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주요 품목별 올해 부품산업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반도체>

97년 반도체경기는 D램가격 급락으로 10년 만에 처음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뒷걸음치게 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비록 저성장일망정 일단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 국내 반도체 일관가공생산은 96년(1백28억달러)보다 11% 정도 늘어난 1백42억달러에 달하고 이 중 1백34억달러를 수출해 수출비중은 9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구조 면에서는 메모리가 1백17억8천6백만달러로 전체생산의 83.1%를 차지해 96년(84%)에 이어 여전히 메모리비중이 압도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이크로 로직제품은 10억달러로 7.1%, 아날로그가 6억4천만달러로 4.5%, 개별소자류가 7억5천만달러로 5.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경기의 관건인 16MD램의 세계수요는 96년(12억5천만개)보다 68% 늘어난 21억개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PC대당 채용되는 D램 용량이 97년 1, 4분기에 28.1MB, 2, 4분기에는 30.6MB 등 연평균 PC메모리 채용량이 96년(22.1MB)보다 무려 11.1MB 늘어난 33.2MB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은 D램업체들의 투자가 97년에 마이너스 10%로 축소돼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 해소가 어느 정도 예상되나 대만업체들의 본격적인 생산과 64MD램의 수요부진 및 선행투자된 생산설비를 16MD램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여전히 공급과잉 상황이 상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디스플레이>

지난해 전자부품 중 거의 독보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디스플레이분야는 97년에도 쾌청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력제품인 브라운관이 96년에 이어 97년에도 어느 정도의 공급과잉현상은 지속되겠지만 규모의 경제 면에서 가장 우위에 올라선 국내업계는 생산 및 판매 모두 20% 정도의 신장세를 무리없이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운관업계는 국내 세트업체들의 TV 및 모니터 해외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신규수요를 해외 브라운관 생산공장을 통해 곧바로 현지판매로 직결시키고 25인치 이상 대형 및 와이드TV용 브라운관(CDT)과 15인치 이상 대형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내수확대에 따른 국내공장의 생산품목 고부가화를 이룩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판디스플레이분야에서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급부족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기존 공장의 수율향상과 신규공장의 초기가동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 올해보다 적어도 1백% 이상의 양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FT LCD는 또한 노트북PC용 제품의 대면적화와 작은 규모나마 모니터용 수요의 발생으로 판매단가가 높아져 금액 면에서는 더 높은 신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반부품>

일반부품부문에서는 올해 무엇보다 이동통신시스템을 비롯한 정보통신부품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이동통신간의 경쟁체제 도입으로 올해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를 비롯, PCS, CT2, TRS 등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잇따라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 확대로 전압제어발진기(VCO), 온도보상형 수정발진기(TCXO), 대역통과필터(BPF), 표면탄성파(SAW)필터 등 고주파(RF)부품군은 2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며 콘덴서, 저항 등 기존 범용부품을 칩화한 적층 세라믹콘덴서(MLCC), 칩저항기, 칩탄탈콘덴서 등 칩부품과 TFT LCD, 자기저항(MR)헤드, 리튬이온 2차전지의 호조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뒤를 이어 단일시장으로는 세번째 규모인 PCB가 가전용 페놀단면PCB와 양면PCB의 정체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노트북PC와 이동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등에 주력으로 채용되는 다층PCB(MLB)와 새로운 신규시장을 열어가고 있는 연성PCB(FPC)부문은 20∼30%대의 고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항기는 정보통신시장의 확대로 인해 칩저항기와 칩어레이저항기가 20% 안팎으로 성장, 전체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며 메탈그레이즈드 저항기 등 일부 특수품목도 비교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탄소피막, 금속피막 등 범용저항기와 오디오 등 영상, 음향기기에 채용되는 가변저항기는 관련 세트산업의 정체로 한자릿수의 답보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콘덴서의 경우도 MLCC, 칩탄탈 등 초소형 칩콘덴서가 20∼30%의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무라타 등 일본업체들의 역공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전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마일러콘덴서분야는 소폭 성장기조 속에 주요 업체들이 대거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랜스는 주요 업체들이 대거 중국 및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 수요정체 예상 속에 업체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SMPS는 노트북PC를 중심으로 세계 컴퓨터시장이 올해 크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지난해보다는 경기가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커넥터 역시 가전용의 약세가 예상되는 반면 ATM교환기, CDMA시스템용 초고속 커넥터와 노트북PC, 이동전화 등에 채용되는 초소형 커넥터부문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의 침체는 자동차용 커넥터시장 열기를 가중시켜 관련업체들이 이 부문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통신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TV, VCR, 오디오, 컴퓨터 등 범용성 세트에 대한 비중이 압도적인 수정디바이스는 UM시리즈 등 통신용 수정진동자와 특히 SMD 수정디바이스 제품, 그리고 TCXO, VCXO 등 오실레이터 응용제품의 고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수정디바이스는 최근 들어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중국 및 일본산 제품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밖에 스위치, 릴레이, 소형 모터 등 기구부품과 DY, FBT, 튜너, 스피커, 데크메커니즘 등 AV부품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주력시장이 가전인 탓에 지난해의 수요부진이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계시장 지배력이 높은 DY나 국산대체가 미진한 통신용 릴레이, 래디얼테이핑 택트스위치, 브러시리스DC(BLDC)모터 등은 새로운 대체수요를 창출하며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