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차례 밝혔듯이 앞으로의 사업포인트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사업 자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도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펼칠 것입니다.』
LG전자미디어CU(소그룹)를 1년간 이끌어온 구자홍 LG전자 사장은 이제부터 선택된 사업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것임을 강조했다. 정축년 새해를 맞는 구자홍 사장은 그래서 전자산업 환경이 불투명한 것 이상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자산업 경기가 올해도 어렵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그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먼저 듣고 싶습니다.
제가 볼 때도 크게 좋아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국내시장의 경우 상반기까지 계속 어려워질 것 같고 해외시장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전자제품에 대한 품질보증제가 더욱 강화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환경친화적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국내시장은 기존 가전제품의 수요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 데 비해 광폭TV,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등 신제품은 연말쯤 돼야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수입선 다변화품목 해제 확대, 유통시장 개방영향 등으로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전속대리점 체제의 개선과 유통경로 강화 등 유통시장 개방에 대응한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국내기술이 취약한 핵심기술에 대해선 선별적인 기술도입 또는 합작투자, 특허공유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개발시기를 단축시킬 방침입니다.
세계 가전산업의 재편구조에 대응해선 지역별, 국가별 특성에 맞는 현지 진출전략을 다시 점검할 것입니다. 특히 가전 중심의 사업구조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사업인 멀티미디어분야로 전환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올해 경영방침 중 중점추진 과제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
무엇보다도 성과 중심의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데 앞장설 계획입니다.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을 「성과」 중심으로 전환해 각 사업에서부터 개인의 업무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책임경영을 구현해 나갈 것입니다. 모든 사업도 철저히 수익 중심으로 운영하고 신사업 역시 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해 추진할 방침입니다. 특히 강점을 지닌 사업에 자원을 집중해 성과를 배가시키고 승부사업에 모든 역량을 응집, 사업기반을 조기에 구축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미시장 공략용 디지털TV를 제니스사와 공동으로 개발중이며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은 올해 중반께 파일럿 라인을 갖추고 연내에 30인치와 40인치 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는 현재 5.6인치에서부터 14.1인치에 이르는 13개 모델을 개발하고 노트북PC용 제품을 양산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모니터용과 AV용 제품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또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개인휴대단말기(PDA)도 상반기 중에 내놓아 승부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11월 중순에 열린 미국 컴덱스쇼에서 발표한 휴대형 PC(HPC)는 상반기 중에 유선방식의 제품을 출시하고 하반기 중에는 무선방식의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네트워크 컴퓨터(NC)는 올 중반께 LG반도체가 미국 선(SUN)사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자바(JAVA)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DVD의 경우는 광디스크와 광픽업, 칩세트, 플레이어 등을 이미 독자 개발했으며 상반기 중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도약 2005」 달성의 원동력인 혁신활동(특A)과 연구개발(R&D)활동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려잡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형 차별화 기술을 선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인데 특히 데이터 압축 및 복원기술, 광디스크 기록 및 재생기술, 평판 디스플레이기술, 감성공학(휴먼인터페이스)기술, 냉동공조 사이클기술 등 5대 핵심기술의 우위를 다지고 바이오 일렉트로닉스, 3차원 영상기술, SI 관련기술 등 미래형 기술발굴에도 힘쓸 것입니다.
-요즘 전자업계에는 글로벌 마케팅이 크게 강조되면서 해외사업 전개방법도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화 및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LG전자는 앞으로 해외사업을 어떻게 펼쳐갈 계획입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진시장과 성장시장을 차별화해 해외사업에서도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도입할 것입니다. 북미, 유럽연합(EU) 중심의 서구, 일본 등 선진시장의 경우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상품 시장확대와 기존 제품의 가격경쟁 격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기술 확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신상품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제품은 해외생산 확대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해 나갈 방침입니다.
중국, 독립국가연합(CIS), 아시아 등 주요 성장시장에선 지역별 스타상품의 배출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조기에 정상화하고 시장을 주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정보기기의 수출비중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둘 예정인데 성장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시장에는 AV제품군으로 승부를 걸 것입니다.
해외생산공장 등 현지법인은 앞으로 국내사업부처럼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LG전자는 특히 중국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의 사업전략을 말해주십시오.
중국은 한국을 보완하는 제1의 해외시장 거점입니다. 생산기지도 장사와 천진을 전략거점지역으로 선정해 놓고 있습니다. 장사에선 컬러브라운관(CPT, CDT)과 모니터, 전자총, 유리벌브, 컬러TV 등 영상제품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천진은 에어컨,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전기제품기지로 특화시켜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현지생산 제품도 20개 품목으로 늘리고 주요 거점별 물류기지를 구축해 즉각배달 지원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특히 생산법인 영업망과 지주회사가 연계된 통합 마케팅전략을 펼쳐 진출 유망제품에 대한 先거점 확보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지난 95년에 인수한 제니스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무엇입니까.
이미 밝혔듯이 오는 98년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그동안 경영진을 개편하고 조직을 다시 정비했습니다. 올해에는 가전 중심의 사업구조를 첨단 네트워크시스템과 대형 TV, 대형 브라운관(CPT) 등 고부가가치형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특히 네트워크시스템의 경우는 성장사업으로 집중 육성함에 동시에 생산 및 응용기술이 뛰어난 LG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LG전자의 글로벌유통망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을 예정입니다.
-전자대기업들은 최근 일등인재 육성에 관심을 쏟고 있는데 LG전자의 인재육성 방안은 무엇입니까.
LG전자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인재를 발굴해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는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HPL(High Performing Leader)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즉 글로벌 리크루트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법인장은 물론 본사 경영임원에 외국인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분야별 전문인재를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성과와 연동된 보상시스템을 구축, 능력주의 인사체계를 정착시켜 일등인재를 확보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LG전자미디어CU 내 계열사에 대한 경영개선 방안과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밝혀주십시오.
올해는 LG전자부품과 LG소프트의 경영개선을 중점 추진할 것입니다. 일본 알프스사와 합작관계를 청산한 LG전자부품은 AV용 중심에서 정보통신용 부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또 기존 사업중 튜너, 하이브리드IC 등을 그동안 축적한 고주파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톱3」로 육성하고 신규사업으로 MM(Monolithic Microwave) IC와 소(SAW) 필터를 집중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LG소프트는 LG미디어 통합을 계기로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SI와 패키지 소프트웨어분야의 사업을 확대 강화하고 인터넷 및 인트라넷 관련사업 등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협력업체 지원은 무엇다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지원의 기틀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협력업 육성을 위해 대표 중소기업 선발, 직접 경영기술 지원을 실시하고 이를 모델링 협력회사로 육성해 다른 회사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전체 협력회사들의 경쟁력 제고와 생산체질 강화를 실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