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하강과는 달리 국내 산전시장이 연 3년째 호황세를 보이면서 외국의 거대기업들이 한국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멘스, ABB, 슈나이더, 히다치, 미쯔비시, 후지 등 초대형 외국산전업체들은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판매방식에서 탈피, 현지공장을 설립하거나 판매법인을 확대하는 등 한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시장이 산전 주요분야의 시장개방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전력 및 건설수요가 높은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산전시스템의 특성상 중국 및 동남아지역보다는 비교적 높은 기술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을 생산기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ABB의 경우 가스터빈 등 발전설비와 철도, 공장자동화시스템, 지하철 신호설비 등을 그동안 한국판매법인인 ABB코리아를 통해 판매해 왔으나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현지생산방침에 따라 최근 충남 천안에 총 1만7천5백여평 규모의 종합산전공장 건설에 착수, 오는 98년 3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ABB코리아는 이 공장에서 송배전설비, 공조설비, 분산제어장치(DCS), 공장자동화부품 등 산업용 전기전자제품을 생산, 내수 및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ABB코리아는 우진ABB 등 합작사를 모두 ABB코리아로 통합, 한국내 법인을 단일화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한국현지법인인 씨멘스를 통해 발전설비부터 공장자동화설비까지 산전 전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지멘스사는 철도제어시스템 등 교통부분의 시장장악에 이어 공장자동화부문의 사업확장을 위해 현대중공업과는 논리연산제어장치(PLC)의 한국내 생산계약을, 동양화학과는 분산제어장치(DCS) 등의 아시아시장 공동판매와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에 관한 상호협력의향서를 최근 체결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장공략에 나선다. 지멘스는 또 전자의료기기 국내 판매법인인 「지멘스 제너널메디칼」사의 국내업체 지분을 전량인수하고 내년 하반기중 CT 등 첨단전자 의료기기의 한국내 생산에 착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기업인 슈나이더그룹 역시 올해 한국내 판매법인을 「슈나이더코리아」로 통합, 송배전 및 전력기기사업에 진출했으며 최근 한국내 생산을 검토 중이다. 슈나이더 그룹은 한국내 생산에 앞서 경기도 인천광역시에 총 1백만 달러를 투입, 아프터서비스 및 현지 제품조립 전용공장을 확보했다.
또 미쯔비시, 히다치, 후지 등 일본 업체들의 경우 엘리베이터, PLC 등 자사 우위품목에 대한 한국내 판매를 위한 현지법인의 판매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옴론사는 경북 구미지역에 PLC 등 공장자동화기기의 한국내 생산을 위한 현지공장을 내년중 착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