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28] 창명시스템 조승용 사장의 음악감상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레이드, 테이프 드라이브 등 컴퓨터 저장장치 전문업체인 창명시스템.

숨가쁘게 몰아치는 컴퓨터시장의 회오리 속에 이 회사 조승용 사장(44)의 일과도 결코 잔잔치만은 않다. 1년의 절반을 이국땅에서 보내는 그에게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란 「아득한 기억 저편의 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에게 취미라는 말은 대학시절과 젊은날들을 모두 떠오르게 할 만큼 뜻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젊은 시절 그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만큼 음악에 심취했었기 때문이다.

「음악과 연애 말고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을 정도」로 젊은 시절의 그와 음악의 관계는 각별했었다.

『좋은 음악은 듣는 즐거움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심성을 순화시켜 주며 인간의 내적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완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걸음을 멈추고 음악이 끝나기를 기다렸을 정도로 음악은 젊은 시절 그의 삶 자체였다.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그를 주로 사로잡았던 작곡가는 차이코프스키와 모차르트였다.

차이코프스키의 경우 「경쾌하면서도 감상적인 비애와 외롭기 그지없는 선율로 그리움을 달래주는 감미로움」이 있어 좋고, 모차르트는 「천재성에서 우러나오는 경이로움과 생명력 넘치는 선율」이 좋았다는 것.

장르별로는 바이얼린과 피아노 협주곡을 특히 좋아했었다. 작곡가의 생애와 그가 표현코자 했던 바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을 거듭 반복해서 듣고 또 들을 정도로 그는 음악에 깊이 심취하곤 했다.

대학시절 모았던 LP음반의 수만도 1천2백여장. 방 한쪽 벽면을 음반으로 모두 채울 정도로 그는 음반모으기에도 부지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음반들도 모두 정리해 현재 그의 방에는 LP 1백여장과 CD 2백여장, 3백개 가량의 테이프가 보관돼 있다.

창명시스템의 대표로서 보낸 5년여 동안에는 음악에 심취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한때는 생활이기까지 했던 음악을 아주 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젊은 시절의 그 열정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는 차를 운전할 때나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늘 음악을 가까이한다. 혼을 불어넣는 감상은 아니지만 흐르는 시간처럼 담담하게 음악을 느낀다는 것.

그저 일만 생각하며 정신없이 달려온 그였지만 젊은 시절을 더듬어보는 시간 중에 음악에 대한 사랑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97년 새해부터는 한 때 잊고 있었던 음악에의 열정을 다시 한번 살려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자 바램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