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신속한 배달과 설치. 컴퓨터 판매점들이 염두에 두어야할 대고객 서비스의 하나다. 보통 값비싼 컴퓨터를 구입해 주문한 제품이 배달될 때까지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기대심리와 또다른 희망감이 극도에 달하는 시기다. 이때 계약에 따른 배달과 설치가 완벽하게 실행되지 않을 때 소비자들의 부푼 희망이 여지없이 깨지게 되고 주문한 제품과 판매점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무대로 컴퓨터 설치대행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현희씨.
용산전자상가의 군소매장의 주문을 받아 컴퓨터를 구매한 가정에 컴퓨터를 배달하고 구입한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소비자앞에서 시험 조작해주는게 그의 업무다. 터미널상가와 나진상가 10여개 매장과 거래관계를 맺고 납품 및 설치대행업을 펼치고 있는 그는 용산에서조차 없는 1호 설치대행업자다.
"용산전자상가는 지난해 공동AS센터를 개설해 고객지원을 보다 강화했으나 컴퓨터 배달과 설치는 개개 매장별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운점이 있습니다. 용산전자상가가 가장 취약한 점으로 대부분의 매장들이 설치 및 배달전담요원을 고용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이같은 점에 착안해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설치대행업이 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된 것은 매장에게도 기회비용을 제공하기 때문.
월 평균 컴퓨터 10여대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배달과 AS를 전담하는 인원을 갖추기 어려울뿐더러 매장주가 조립과 배달, AS를 처리하면 자칫 컴퓨터 가격을 신뢰하지않는 우려도 있게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컴퓨터 주문자들이 계약한 제품이 매장의 실수로 정상적인 작동이 이뤄지지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를 대비해 이현희씨는 필수부품과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를 갖고 다니며 혹시 모를 소비자의 클레임으로부터 매장을 보호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설치대행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현희씨는 주문자에게는 빠르고 친절한 배달과 설치를 제공하고 고객인 전자상가 매장에는 전문화된 배달인력으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배달과 테스트과정을 통해 이현희씨가 받는 수수료는 건당 3만원. 하루 3곳정도를 배달하기 때문에 하루평균 9만원선의 수입을 얻게된다. 배달과 설치, 상담까지 해주는 그의 업무에 비해 다소 저렴한 편이지만 용산전자상가의 사정과 수요공급의 법칙상 그정도가 적당하다고. 이나마도 현재는 주문이 쇄도해 모두를 처리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현희씨가 설치대행업에 뛰어든 것은 용산전자상가를 근거로 자동차보험 영업을 하던 지난 달부터.
한때 용산전자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이현희씨는 금융실명제와 이에따른 컴퓨터 시장의 불황이 시작되던 94년부터 컴퓨터 유통업을 정리했다. 주요 생활의 근거였던 용산전자상가에서 자동차보험영업을 하던 그는 용산전자상가 매장들이 직면하고 있는 컴퓨터 배달과 설치문제가 개인적인 사업으로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점과 보험영업이 단기간내에 실적을 올리기쉽지않다는 점에서 부업삼아 설치대행을 해주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설치대행업에 부업격으로 뛰어든 지난 1개월간 한달 수입이 1백5십만원 정도로 평범한 직장인과 거의 같은 정도수준의 수입을 올린셈이다.
"설치대행업은 시간관리와 기동력이 관건입니다. 정확한 시간에 물건을 접수하고 납품시간을 지켜야만 업무의 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품을 갖춘 사람이 뛰어들기 적합한 직업이다.
현재까지는 틈새시장을 노린 점이 주효해 성과를 거두었다는 이현희씨는 개인적으로는 단순 배달설치차원을 떠나 일본 복사기 업체인 라이카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과같은 조직력과 기술력을 갖춘 설치대행업으로 발전시키고자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