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불확실성의 시대

얼마 전 세계 5백대 기업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이 가운데 불과 10여년 전에 이 5백대 안에 포함된 기업은 전체의 10%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한 시대를 주도한 기업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듯 싶다.

기업이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에 가장 중심에 있는 업종을 꼽으라면 정보통신을 빼놓을 수 없다. 통신서비스의 경우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가격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축년(丁丑年) 들어 다양한 이동통신서비스의 출현을 계기로 벌써부터 치열한 선점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통신사업에 나서 손해보는 사업자도 속출할 것 같다.

반도체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16M칩 가격이 무려 50달러를 호가하던 것이 1년여 만에 6달러대로 폭락했다. 정보통신 수출확대의 효자품목이 급기야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것일까.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와중에서도 정보의 바다로 불리는 인터넷 분야나 정보통신 단말기 분야는 놀랄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이같은 급증하는 정보통신시장을 겨냥, 선점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사업에 한 다리 걸치지 않으면 팔불출에 속하는 세상이다.

정보통신분야만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분야도 드물다. 어떤 서비스나 상품이 이 분야를 주도할지 예측하는 전문가도 없다.

경쟁력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폭락」과 「폭등」의 희비쌍곡선을 그리는 혼돈의 시대에선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를 주도하는 초일류 기업들의 전략을 귀동냥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축년 벽두부터 우리 앞에 다가온 혼돈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