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대우전자 배순훈회장

「세계 최대의 가전기업을 만든다.」 대우전자 배순훈 회장은 이러한 목표를 하루라도 빨리 달성하기 위해 톰슨멀티미디어라는 거대기업 인수에 지난 한 해를 바쳤다. 그리고 반도체 수출이 가격하락으로 곤두박질하고 엔저로 국산 가전제품 수출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가전수출 30% 신장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탱크주의 도약운동을 확고히 정착시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배순훈 회장의 새해 구상을 들어봤다.

-새해에는 어디에 가장 역점을 두고 경영을 펴갈 계획입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주, 구매」시스템을 개혁하는 겁니다. 어느 기업이고 세계 일류가 되려면 어느 것 하나라도 독보적인 「장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장기를 갖고 있는 한국기업은 없는 형편입니다. 제조업을 볼 때 가장 필요한 요소인 기술력 측면에서 선진국을 좇아가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고 생산성을 감안한 노동임금 수준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매조직과 유통망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인데 선진국시장에서 이를 일등 수준으로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외주, 구매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는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의지가 강하고 고용문제를 함께 생각한다는 측면보다도 이 외주, 구매분야가 선진장벽을 뚫고 일등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하는 틈새요소일 뿐 아니라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소 부품업체 중에는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구조가 건실하고 노사화합이 대기업보다도 잘되는 곳이 적지않습니다. 또 내재된 기술력이 높고 풍부해 장래성이 밝은 중소업체가 의외로 많습니다. 따라서 사장 직속 협력업체 지원전담조직을 확대, 강화하고 외주합리화 지도팀을 운영하는 한편 공장등급화를 추진, 품질 우수 협력업체들을 적극 발굴해 낼 계획입니다. 또 중소기업과의 공동기술 개발과 사업의 과감한 중소기업 이관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이외에 올해 주요 경영방침과 전략을 밝혀주십시오.

첫번째로 탱크주의 도약운동을 확고히 정착시키는 겁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부터 제도혁신, 업무혁신, 품질혁신 등 3대 혁신과제를 설정해 추진해 왔는데 올해는 이러한 혁신운동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혁신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를 굳건히 다지고 팀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신인사제도를 통해 21세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는 등 조직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또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줄이고 부문간 팀워크를 강화하는 업무혁신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제품에서도 서비스 리턴율 1% 이하를 유지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고 원가 30% 절감, 납기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T-30」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기술경쟁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겁니다. 특히 가전제품과 관련한 핵심기술의 확보와 독창적인 기술개발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제품별 연구센터와 제품연구를 뒷받침하는 중앙연구소, 품질경영연구소, 그리고 디자인센터간 종합적인 기술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인력을 고도화하는 세부 계획을 착실히 추진할 것입니다.

반도체, 전장분야와 같은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만 디지털 응용기술, 첨단영상 디스플레이기술 등 신기술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탱크주의는 결국 기술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세계경영체제를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업경험이 많은 고위 임원들에게 해외사업을 맡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외에 상주시킬 계획입니다. 또 지난해 도입한 해외지역 사업단제도를 활성화해 이제부터는 이미 진출한 해외시장에서 점유율 1위가 될 수 있도록 집중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시장에서는 과감히 철수할 계획입니다. 특히 러시아, 인도, 베트남, 남미, 아프리카 등 향후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개도국에서는 반드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방침입니다.

또 종합가전단지에 자원을 집중시켜 권역별 전략거점 기지화하는 한편 부품 동반진출을 크게 늘려 수직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해외생산액은 20억달러로 총생산액의 40%(지난해 27%) 수준까지 올리고 해외시장에서의 자가브랜드 판매비중도 지난해 42%에서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주요 사업품목의 목표전략을 들려주시지요.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모니터, 청소기 등 7대 제품에 대한 세계시장 경쟁력을 30% 이상 끌어올려 선두권에 진입시킬 방침입니다. TV와 VCR는 선진국시장을 중심으로 시장경쟁력 제고에 집중, 각각 세계시장의 7.9%(9백만대)와 9.1%(4백50만대)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제품의 해외진출을 이제까지보다도 더 가속화하고 입체냉각, 공기방울 등 독자기술을 성장시장에서부터 출발해 선진시장으로 심어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실익이 적은 과당경쟁지역에서의 출혈경쟁에서는 과감히 손 뗄 작정입니다.

-지난해에는 대우전자의 반도체사업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추진으로 묻혀버린 듯한 분위기입니다. 반도체사업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십시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밝혔습니다만 대우전자의 반도체사업은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보다는 기술을 보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국내외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 투자했고 올해도 비메모리 반도체분야의 기술력을 쌓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그리고 합작투자를 통한 공장건설계획은 순전히 내부물량 확보를 위한 것이어서 그동안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와 맞물려 움직여 왔습니다. 현재 외국의 2개 기업과 비메모리 반도체설계 및 소규모 공장건설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입니다.

어쨌든 올해에는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문제와는 상관없이 소규모 비메모리 반도체공장 하나는 건설할 계획입니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작업은 계속 추진할 겁니까.

물론입니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작업의 재추진을 올 상반기 안에 끝장내지 못하면 프랑스 내 총선 등으로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또 이제까지 추진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됐습니다. 프랑스 민영화위원회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하고, 또 유럽연합(EU)위원회가 문제삼고 있는 자본전입문제도 충분히 이해시켜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등 앞으로의 과정이 아주 복잡하고 어렵게 됐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고민하는 고용확대를 보장하는 유일한 기업이고 앞으로도 투자를 더 늘릴 뿐 아니라 톰슨멀티미디어와 대우전자의 상호보완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 대우전자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계획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정부가 민영화위원회의 설득력이 아주 약한 억지성 반대논리를 받아들인 것처럼 앞으로도 차별적 편견여론에 밀린 정치적인 해법으로 접근한다면 인수 재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대우전자 소그룹내 계열사들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대우전자와의 사업시너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낼 계획입니까.

오리온전기와 대우전자부품은 최근 몇년간 대우전자와 함께 세계경영을 활발히 펼쳐왔습니다. 브라운관을 전담하고 있는 오리온전기는 올해도 해외공장을 더 확대하는 한편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차세대 영상디스플레이의 개발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대우전자부품은 그동안 일반부품에 대한 생산기술력을 확고히 다짐으로써 대우전자의 완제품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해외 동반진출을 통해 세계경영의 노하우를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대우전자부품의 3각 구도가 하나의 응집된 힘이 돼 전세계시장을 무대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체제를 다지는 데 힘쓸 방침입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