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올 컴퓨터시장 부문별 기상도 (2);PC (하)

올해 PC시장의 주도권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삼성전자의 독주 속에 2위자리를 놓고 삼보컴퓨터와 LGIBM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이들 빅3의 각축전의 틈새를 뚫고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그룹계열사들이 지금까지 PC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PC사업확대에 그룹차원의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진을 필두로 한 대형양판점 및 컴팩, 에이서 등 세계적인 PC업체들의 국내 현지법인도 한국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고 있어 대기업과 전문기업,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국내업체와 외국업체 간 물고물리는 접전이 올 한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PC시장을 뜨겁게 달굴 첫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LGIBM의 출현이다. LGIBM은 「가격은 LG, 기술은 IBM」이라는 모토 아래 올해 전체 PC시장에서 15%를 점유하겠다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수립, 올해 PC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LGIBM의 이같은 목표는 당장 2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삼보컴퓨터를 겨냥한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원한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IBM 외에 LG전자도 지난해 추계컴덱스쇼에서 세계 처음 선보인 휴대형 PC(HPC)나 네트워크컴퓨터(NC) 등 첨단의 각종 컴퓨터를 앞세워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LGIBM과 LG전자가 올해 국내 PC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맞서 시장을 고수하려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LGIBM의 공격적인 영업이 계속되겠지만 국내 PC시장의 특성상 큰 변화는 몰고오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기존의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면서 내실을 다져나간다는 실리주의를 위주로 한 영업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이들 양사는 LGIBM보다 저인망식으로 수요를 잠식해가고 있는 세진을 더욱 경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매장이나 대형양판점을 독자적으로 설치, PC 수요자들이 손쉽게 PC관련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 국내업체 간 치열한 접전 속에서 외국업체들의 분발도 올해 주목되는 사항이다. 이미 미국계 PC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생긴 공백을 에이서, IPC 등 동남아국가들이 채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 NEC, 후지쯔 등 일산 제품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여 이들 외국업체들간 자존심을 건 싸움도 올해 국내 PC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출은 올해 국내 PC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선두업체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PC수출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출로 PC사업의 활로를 모색해 간다는 기본전략 아래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일본, 호주 등 전세계로 수출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가 국내 PC수출산업이 르네상스기가 될 것이라는 업계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국산 PC의 수출은 국내 컴퓨터산업이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올해가 국내 PC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한 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