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내용의 대중음악도서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음악팬들의 불만속에 최근 발간된 몇몇 서적들이 관심을 끌고있다.
그동안 출간됐던 대중음악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아티스트, 곡, 시대 등으로 구분한 사전류에 지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9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재즈열풍을 타고 사전류 재즈서적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되기도 했다. 그나마 대중들의 기대치에 부흥한 책들은 개인의 음악감상기를 수필형식으로 묶어 초보 음악팬들의 입문(入門)을 도와주는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대중문화 전문출판사인 한나래가 선보인 「얼트문화와 록음악1」은 기존 서적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음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1950년대 후반 록음악가(rocker),60년대 히피(hippie),70년대펑크(punk),90년대 얼터너티브등 음악적 스타일에서 출발해 젊은이들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했던 청년 반항문화의 조류들을 「목소리」「절규」「농담」「혁명」 등의 단어를 통해 정리해내고 있다.
저자는 신현준(34), 성기완(30), 송현주(29), 도현호(29)김필호(27), 이정엽(26)등 지난 95년 6월 첫 모임을 가진 이래 록 비평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동인(同人)단체 「얼트.바이러스(alt.virus)」의 구성원들. 이들은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강사로 출강하거나 음악평론가로 활동중이며 록 음악을 매개로 뭉친 문화비평단체라 할 수 있다. 팝 칼럼니스트 하세민(35)씨가 지난해 6월 음악전문 도서출판사 꾼을 설립하면서 첫 작품으로 내놓은 「대중음악의 뿌리」(선성원 저)도 눈에 띄는 책이다.
이 책은 개화기로부터 최근에 이르는 대중가요 변천사를 시대별, 장르별로 정리한 것으로 특히 외국가요가 한국시장에 어떻게 접목됐고 흐름을 이어갔는 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앞에서 언급됐던 화제가 뒤에서 반복되는 단점도 있으나 「팝(pop)의 한국화 과정」을분석하는 시도가 책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
「니르바나 스토리북」(꾼) 역시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의 기세 대로라면영원불멸할 것만 같은 록그룹 니르바나의 일대기를 주요 사진,앨범자켓과 함께 소개해 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순종하지 않는 반항아」「그런지 록의 대표주자」「젊은 가치관의대변자」「자유를 추구하는 기인」 등 니르바나를 둘러싸고 돌출하는 평가들을 최대한 자제하고 아티스트 자체를 서술하고 있다.책장을 펼쳐든 독자에게 평가와 비평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