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현대전자 김영환 사장

현대전자가 새로운 변혁기를 맞고 있다. 그간 미주법인장을 맡아온 김영환 대표를 지난해 10월 그룹내 주력사업인 전자사령탑에 전격 앉힘으로써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의결정구조가 신속하고 한번 결정한 사안은 과감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현대의 강점입니다.올해도 이같은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관리로 통신 및 정보가전 등으로의 사업다각화와 반도체부문 내실강화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이미 전문경영인으로서 전자산업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미래사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영환 사장을 만나 새해 경영구상을 들어봤다.

-어려운 시기에 사령탑을 맡으셨는데 우선 올해 주요 경영방침을 말씀해 주시죠.

▲세계 전자시장은 갈수록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현대전자號」의 키를 잡은 만큼 무엇보다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모든 자원을 집중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위해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경영 체질 강화 △경영자원 집중을 통한 투자효율 극대화 △각 사업단위의 자립 자율경영체제 확립을 중점 추진할 생각입니다.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계사업을 정리중이며 또한 올해에는 사업부문별로 히트 상품을 적극 발굴하고 마케팅 기능을 강화해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사업단위의 자립, 자율 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사업단위별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경영성과를 평가해 자율에 따르는 책임을 물을 계획입니다.

-부문별 주요 사업전략을 꼽는다면.

▲현대전자의 주력사업은 크게 반도체,통신,멀티미디어 등 3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메모리의 경우 이천 FAB7의 조기가동을 통한 16M 싱크로너스D램과 64MD램의 본격양산을 서두르고 비메모리는 국내연구소와 美심비오스社가 0.25미크론 공정을 공동개발하는 것을 필두로 자바프로세서 및 TFT LCD 구동IC 등을 중점 개발할 방침입니다. 또한 올해 7천억원 정도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TFT LCD는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만큼 집중투자를 통해 12.1 및 13.3 인치 제품개발과 함께 시장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통신부문 가운데 디지털이동통신은 지난해 이미 국내 서비스업체에 시스템과 단말기를 다량 공급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올해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며 특히 단말기는 전략제품으로 집중 육성할 생각입니다. 또한 PCS시스템 공동개발과 플림스(FPLMTS) 개발을 중점 추진해 차세대 시장 선점에도 본격 나설 예정입니다. 위성분야는 앞으로 2천억원을 투자해 최신 위성 제작설비를 갖춰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위성 제작업체로 부상하고 98년 이후에는 선발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는 글로벌스타 프로젝트를 통한 전화서비스를 올해부터 12개국에 대해 해당국가 기간통신회사와 합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또한 관심을 모으는 세트톱박스분야는 이미 유럽,미국의 여러 회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올 하반기부터 공급을 본격화하며 특히 최근에 개발한 「다이냇(DYNAT)」이라는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HDD사업은 맥스터를 2000년대 세계2위의 공급업체로 만들기 위해 생산구조의 수직계열화를 앞당겨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HDD의 핵심 부품인 미디어와 서브스트레이트를 자체적으로 조달키 위해 미국 외에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대규모 공장을 세워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올해 주요 부문별 매출목표를 설명해 주시죠.

▲97년의 매출목표는 심비오스社 등 해외투자 법인 2조원을 포함해 총 6조1천억원으로 잡았습니다.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매출은 내수 1조1천억원,수출 3조원 등 4조1천억원으로 책정했으며 사업부문별로는 조립을 제외한 반도체 부문이 2조3천억원,LCD 등 부품/소재 부문이 1천억원,멀티미디어 정보통신부문이 1조1천억원,그리고 전장사업 등에서 5천억원을 거둘 계획입니다. 특히 TFT LCD사업을 집중육성해 이 분야에서만 1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통신사업은 PCS시스템 및 단말기의 해외시장 진출 및 국내 CDMA 시장의 확대를 통해 4천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고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모니터 및 컴퓨터 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전년보다 25%가량 매출을 늘려 잡았으며 전략사업으로 육성중인 전장사업의 경우 카오디오 수출 및 전장품 사업을 보다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매출비중에서도 나타났듯이 현대전자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품목으로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향후 반도체 시장 환경과 이에따른 사업전략을 들려 주시죠.

▲반도체 시장 환경은 대체로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이는 주요 업체마다 가격급락으로 투자여력이 종전같지 않은데 반해 신제품 개발 및 생산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제품 수명은 한층 짧아져 한 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 생산에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를 찾아 협력관계를 맺으려는 추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급업체간 협력관계도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보다 앞선 신제품을 개발, 양산하려는 반도체 구매자의 입장에서 공급자들과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협력해 제품개발을 시도하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인적,물적 지원까지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경제 블럭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장벽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세계반도체협의회(WSC) 등에서 주장되고 있는 것과 같이 장기적으로는 모든 경제 블럭 및 국가들에서 무관세화가 진행될 것이 예상됩니다. 게다가 노동, 환경 문제 등도 반덤핑 조치에 이어 새로운 무역장벽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의 반도체 전략도 이같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선 제품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우리 회사의 제품 라인업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업체와는 과감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며 주요 OEM업체에 대한 매출 비중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통구조 개선 및 주요 고객들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또한 덤핑문제 등 시장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시설 및 판매법인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현대전자의 사업방향이 정보가전으로 불리는 멀티미디어 사업분야에 집중되고 있는데 HDTV, DVD, 디지털 VCR, PDP 등 주요 멀티미디어 제품과 관련한 연구개발 및 상품화전략을 말씀해 주시지요.

▲그동안 메모리에 대한 의존이 상당히 컸으며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향후 급속한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멀티미디어시장에 대한 선점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HDTV의 경우 지난 90년부터 일본 방식의 MUSE,유럽 방식인 HD MAC,미국 방식인 ATV에 대한 개발을 추진해 이미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최근에는 미국 GA방식의 제품개발을 위한 국책과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HDTV사업은 현재 추진중인 PDP패널 부품사업과 연계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 품목이라고 생각합니다.

DVD는 핵심부품인 D램,MPEG2칩 등의 핵심 부품을 자체보유해 관련제품에 대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며 현재 DVD플레이어 상품화를 위한 기반기술은 확보한 상태이고,특허나 DVD 타이틀간의 호환성 확보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정리될 때까지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나갈 방침입니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사업은 94년 미국의 SCA社로부터 원천기술을 도입해 미국 현지법인에서 40인치급 TV용 PDP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기존 업계에서 개발중인 PDP에 비해 소비전력,화면특성이 뛰어나며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TFT LCD와 관련해서는 미국 IQT社를 설립해 의료,항공용 특수제품을 개발, 양산중이며 본사에서는 노트북PC용 12.1인치 제품양산과 함께 차세대 제품인 17인치급 제품을 자체기술로 개발중입니다.

-그간 마케팅부문에서 브랜드이미지와 유통망이 현대전자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돼왔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특별한 복안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현대전자는 출발서부터 가전을 주력제품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망이라든지 브랜드이미지가 경쟁사에 비해 다소 취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향후 주력제품화해 나갈 세트톱박스 등 첨단 정보가전제품의 사업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말 발표한 「다이냇」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개발은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 위성 방송용 세트톱박스를 올해부터 이 브랜드로 미주 및 유럽 지역의 현지법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채용범위를 확대할 나갈 계획입니다.

유통망 강화도 올해 주요과제중 하나입니다.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집중투자중인 자체 유통망 「멀티미디어 프라자」를 전국 주요지역에 확대개설해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의 유통거점으로 삼고 향후 거대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시장에서는 그동안 비디오CD비전 공급망으로 활용해온 VCDP 유통망을 보다 강화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시장개방에 대응한 전략과 전자산업 관련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해주십시오. ▲국내 전자산업은 WTO체제 출범과 OECD가입으로 국내와 해외의 구분이 없는 글로벌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입니다. 한마디로 이제는 바람막이 없이 기업경쟁력이 사활을 좌우하는 무한경쟁시대가 된다는 말이죠. 이와 관련한 정부대책은 시장개방에 따른 업계의 피해가 최소화될수 있도록 품목별 경쟁력을 고려, 업계와 협의해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중인 각종 규제완화도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도록 실질적인 차원의 규제완화를 추진했으면 합니다. 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규제의 강도는 결코 규제의 숫자에 있지 않고 규제에 의한 기회의 손실 및 비용의 정도에 있다고 봅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