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동계 CES 특집] 個電化시대 드러낼 종합가전박람회

세계 최대의 종합 가전박람회인 97년 동계 「CES(Consumer Electronisc Show)」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하게 개막된다.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최대의 종합 가전쇼」라는 명성에 걸맞게 AV, 멀티미디어, 컴퓨터, 정보통신기기 등 일반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전기, 전자제품이 출품돼 화려한 경연을 펼치게 된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가전생산업자협회(CEMA)와 가전산업회(EIA)는 올해의 슬로건을 「어제의 기술을 뛰어넘자(Beat Yesterday’Performance)」로 선정했다. 이러한 슬로건에 맞춰 올해 CES는 디지털기술을 활용, 차세대 유망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전, 정보통신제품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 CES는 여러 면에서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품업체와 출품제품에서 정보통신분야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최근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정용 사무기기 및 차량항법시스템 등이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통적인 가전제품이 날로 個電化하고 있고 재택근무가 크게 확산되면서 각종 사무용 기기와 가정용 기기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추세가 이번 전시회에 그대로 반영됐다.

또한 기술, 제품전시 위주에서 바이어, 중간유통상, 서비스업자들을 상대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중심으로 이 행사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도 CES의 또다른 변화로 빼놓을 수 없다. 즉 생산자 중심에서 판매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CES의 이같은 변화는 급변하는 전자산업 환경 속에서 어떠한 제품을 개발하는가보다는 과연 어떻게 수요를 창출하느냐는 문제가 보다 절실하게 부각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번 CES에는 소니, 샤프, 톰슨, 필립스, JVC, 제니스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가전업체를 비롯해 IBM, AT&T, 후지쯔 등 컴퓨터 및 정보통신업체를 포함해 총 1천5백여개 업체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인터넷TV, 세트톱박스, 휴대형PC,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인터넷전화, 디지털카메라 등을 출품, 관람객 유치경쟁을 벌인다.

주최자인 미국가전생산자협회는 이번 동계 CES에 참여하는 관람객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를 비롯해 해태전자, 태광산업 등 총 7개 업체가 독립전시관을 마련하고 선진업체들과 기술력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번 CES행사에서 가전제품으로 특히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은 디지털다기능디스크플레이어(DVDP)와 하이엔드 오디오, 가정용 극장시스템 등이다.

지난해 이미 DVDP를 상품한 우리나라 삼성전자를 비롯, 상품화를 앞두고 있는 일본의 소니, 샤프, 도시바 등이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은 향후 최대의 DVD 수요처로 기대하고 있는 미국시장 선점을 겨냥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바이어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매상담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DVD와 함께 디지털캠코더, 디지털VCR,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등 디지털 제품군도 차세대 주역으로 관람객과 바이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시스 파크 리조트에 마련된 하이엔드 오디오전문관 역시 이번 행사 중 각별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고성능 파워앰프, 디지털 리시버 오디오 등은 이곳 전시장을 찾는 오디오 마니아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티악, 어쿠스틱, 트라이드 등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업체들의 명작 속에서 우리나라의 태광산업과 해태전자가 출시한 하이엔드 제품들도 국산 오디오의 명성을 드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세계 가전, 오디오업계가 새로운 고급수요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가정용 극장시스템은 DVD플레이어를 포함한 새로운 AV시스템과 연계돼 이번 행사 중 주목제품의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전산업계는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1천3백만가구 이상이 가정용 극장시스템을 구입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가정극장시스템은 조만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큰 폭의 수요신장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컴퓨터영역에서는 지난해 추계 컴덱스쇼에서 주목을 받았던 휴대형PC, 네트워크 컴퓨터(NC), 멀티미디어PC가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트워크 컴퓨터를 주창하고 있는 오라클, 선 등은 컴퓨터업계 일각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가정용 멀티미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네트워크 컴퓨터의 가능성을 이번 CES에서 다시 한 번 타진해 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DVD롬과 16배속 CD롬 등도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분야에서도 세계 각국 관련업체간 치열한 홍보전과 활발한 구매상담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AV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CES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보통신분야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다 가전시장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정보통신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전산업계는 올해 미국내 휴대전화시장과 무선호출기시장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오는 2000년까지 무선호출기 사용자는 6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무선전화 사용자는 2002년까지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전망을 반영, 세계 유명 정보통신업체들도 다양한 네트워크 관련기술과 서비스를 출품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를 비롯 모토롤러, 노키아, 에릭슨, AT&T 등 세계적인 무선통신기기업체가 디지털 휴대전화, 개인휴대통신단말기(PCS),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무선데이터통신단말기(CDPD) 등 첨단 네트워크장비 및 솔루션을 출품한다.

정보통신관 외에도 이번 CES에는 「지능형 운송시스템(ITS)」관이 별도로 마련돼 차량항법시스템, 카AV시스템 등과 관련된 최신기술이 선보인다.

이번 CES는 첨단기술의 경연장으로써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앞두고 급변하는 가전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는 정보를 입수하는 기회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기간 중에는 전시회와 함께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전산업의 환경변화, 신제품의 시장성, 새로운 마케팅기법, 틈새시장 공략 등과 관련된 40여개의 주제발표가 있으며 업계 리더 및 전문가간의 활발한 토론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 CES의 각종 세미나와 토론에서는 DVD, 인터넷TV 등 최첨단제품의 미래와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찾고자 하는 바이어, 소매업자, 서비스업자들의 질문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번 CES에는 급부상하고 신기술에 대한 특별 전시관이 마련돼 관심을 끈다.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가 주관하는 「이노베이션 97전시관」은 최근 들어 인기상품으로 떠오른 각종 가전제품의 첨단 디자인과 기술 매커니즘을 분석해 성공의 원인을 확인시켜 주며 「멀티미디어 월드 매거진」이 후원하는 「멀티미디어관」은 CD롬 활용 비디오게임을 비롯해 미래의 멀티미디어용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액세서리 등을 선보여 관계자들이 차세대 제품을 구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라클이 지원하는 「뉴 컴퓨터 네트워크관」은 소비자가격이 약 5백달러인 네트워크 컴퓨터의 대중화를 실현하기 위해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구상하고 있는 상품기획 및 마케팅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특히 샌드 엑스포 &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이머징 테크놀로지관」은 올해 처음 마련되는 전시관으로 컴퓨터, 전자산업의 틈새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과 전기자동차, 첨단 무선전화시스템 등 가까운 미래에 상품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신 기술이 소개된다.

이번 CES 행사추진를 담당하고 있는 로비 라이키 이사는 『올해 CES에서 관램객들은 디지털기기와 컴퓨터, 정보통신이 엮어낼 미래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 1백개국으로부터 10만명 이상의 전자, 정보통신 관련인사들이 참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은 물론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참가도 예년보다 활발한 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해태전자, 태광산업 등 주요 가전업체들의 이번 행사 참가전략은 예년과 차이가 있다. 요란한 제품전시보다는 제품이미지 제고와 비즈니스로 연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가전제품관을 전시보다는 비지니스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LG전자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브랜드인지도를 높이는 데 이번 CES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전자는 미주향 제품을 대거 출품해 활발한 구매상담을 추진하고 이와 함께 첨단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 특히 LG전자와 대우전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부응해 별도의 디자인코너를 마련하고 창의적인 시도들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밖에 해태전자와 태광산업은 하이엔드오디오 컴포넌트를 앞세워 오디오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평가받겠다는 방침이다.

97 CES는 21세기로 진입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는 전세계 가전산업업체에 새로운 도전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 주는 의미있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특별취재반 금기현 부장, 유형오.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