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이동통신에게 대단히 중요한 한 해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담겨져 있다. 세계 처음으로 시작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 구축작업을 사실상 올해 안에 완결한다는 점에서 한국이동통신의 97년은 그 어느 해보다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의 도전이 지난해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 확실한 데다 새로운 형태의 이동통신서비스인 개인휴대통신(PCS)이 또다른 경쟁자로 등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결코 쉽게 지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한국이동통신은 올해 세계적인 사업자로 부상하기 위한 내실다지기 작업과 외부의 경쟁을 견뎌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취임 3년째를 맞는 서정욱 한국이동통신 사장은 『지난해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서비스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이동통신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올 매출목표 2조7천억 -한국이동통신의 지난해 매출이 2조5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선경그룹이 인수한 94년의 매출이 7천8백여억원, 95년 1조3천9백억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진부한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올해 경영목표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우선 97년 매출목표는 2조7천억원입니다. 이동전화 서비스에서 2조1천억원, 무선호출 서비스에서 6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총 4백60만명, 무선호출 가입자는 6백80여만명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인구 4명당 1명이 우리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96년 2조5천억원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수치가 아닙니까.
지난해 말에 1개월여 동안 실시한 단말기 유통부문의 매출이 3천억원 가량이고 또 요금이 연말에 가서 대폭 인하된 점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경쟁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본격적인 전국권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상당부분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이동통신이나 서 사장 개인적인 입장에서 지난해는 아마도 최고의 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특히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의 상용화는 우리나라 통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CDMA상용서비스 성공은 세계 최초라는 선전적인 의미 이외에도 엄청난 산업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패배주의적 비판을 불식시킨 것이 가장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CDMA기술은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인 PCS는 물론이고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CDMA카드를 선택한 한국의 결정은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CDMA기술은 사용자의 편리성, 운용측면의 경제성, 향후 차세대 이동통신과의 응용성 등을 감안할 때 미래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할 유력한 기술이라고 판단됩니다.
-CDMA상용화 과정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선진국들조차 성공하지 못한 첨단기술을 소화해내면서 이동통신에 대해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과외의 소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큰 경험입니다.
더욱이 주파수용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아날로그 이동전화 주파수의 일부를 빼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기술개발과 엔지니어링, 운용과 마케팅을 동시공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경쟁업체와 상호 협조 -올해 한국이동통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장환경은 지난해에 비해 대단히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제2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본격적인 전국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서비스를 개시할 PCS사업자들과의 경쟁도 수월치 않은 일입니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는 한국이동통신의 수성전략은 무엇입니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 이외의 전략이 있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대도시지역 중심으로 구축된 CDMA 시설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방침입니다. 전국에 총 21개 CDMA교환국을 신설하고 기지국도 1천1백81개를 증설할 계획입니다.
경쟁사업자의 등장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신규사업자의 등장으로 우리가 가진 시장의 일부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론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업자와는 적대적인 관계보다는 상호 협조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최근 한국이동통신이나 신세기통신 등 이동전화 사업자에게 PCS사업권을 부여하느냐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측에서 당분간 이동전화사업자에게 PCS사업권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이동통신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한국이동통신에게 PCS사업권은 단지 주파수 자원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회사는 그동안 CDMA라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동전화 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세대 무선통신서비스인 PCS나 FPLMTS 등의 기 반, 기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세계 어느나라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에 주파수 할당이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상례화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기존 이동전화사업자에게 PCS사업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일종 의 특혜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이동통신을 단순한 민간사업자로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1년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는 중추적인 무선통신사업자라는 측면에서 한국이동통신을 바라봐야 합니다. PCS사업권 문제도 특혜이기보다는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차원으로 처리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동통신이 올해부터 선경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됩니다. 이로 인한 변화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국이동통신이라는 회사를 일반적인 민간기업 중의 하나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선경그룹 계열사 편입은 한국이동통신에 민간의 효율성이라는 새 바람을 불어넣어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적인 면이 많습니다. 공익을 우선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될 것입니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는 98년 이후의 통신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국내적으로는 우선 올해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발신전용휴대전화(CT2)를 필두로 다양한 형태의 신규 무선통신서비스가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98년에는 이동전화와 유사한 개념의 PCS, 기업통신서비스로 불리는 주파수공용통신(TRS)서비스 등도 등장할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시대를 맞게 되겠죠.
대외적으로도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시장에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세계 유수의 통신사업자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광대역 기술개발 역점 -서 사장께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신념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한국이동통신을 기술 중심의 회사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올해 중요한 기술개발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통신기술, 특히 무선통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기술발전 추이에 무관심하면 뒤떨어지는 환경에서 기술개발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이동통신의 연구개발 계획은 이른바 오는 2005년 세계 20위 수준의 일류 종합통신사업자로 성장한다는 장기비전의 틀 속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존 이동전화와 무선호출 서비스를 멀티미디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신기술로 격상시키기 위한 작업이 최우선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현재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가셀과 고속페이징 기술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무선통신을 이용해 음성은 물론이고 데이터, 영상정보 등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른바 광대역 무선 멀티미디어기술 개발도 우리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
-올해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입니다. 초고속사업에서 한국이동통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이동통신은 장기적으로 사업영역을 무선통신 위주에서 멀티미디어로 확장하고 해외투자사업을 적극 추진, 멀티미디어와 국제사업 비중을 2001년에 40%, 2005년에 50%까지 늘려 나갈 방침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멀티미디어 사업은 차세대 방송, 멀티미디어콘텐트사업 등이며, 범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 가운데 무선통신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