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의 한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적의 상업용 위성을 발사한 것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사업의 뼈대가 잡힌 원년이기도 하다.
특히 PC통신서비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저변이 크게 넓어졌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95년 정보통신업계는 꽤나 굵직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사건은 단연 무궁화위성 발사. "국내 최초의 국적위성" "본격적인 위성시대 개막"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동원됐던 무궁화 1호 위성은 그러나 발사직전 보조 로켓의 결함으로 정상궤도 진입에 이상이 생기면서 수명이 절반이하로 줄어드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무궁화위성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른 것은 정부의 "신규통신사업자 허가계획"이다.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로 불리는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비롯해、 총 30여개의 신규사업자를 허가하는 이 통신사업 구조조정 계획은 통신업계는 물론 정보통신분야와 전혀 관계가 없던 국내기업들 사이에 "정보통신사업 진출바람"을 몰고왔다.
삼성.LG.현대.대우 등 이른바 빅4 재벌을 필두로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참여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국내 재계는 말 그대로 "정보통신신드롬"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 산업의 체질을 강화한다는 명분아래 추진돼온 이 구조조정 계획은 뚜렷한 이유없이 6개월후인 내년 6월로 선정시기가 연기돼 무성한 소문을 낳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체신부에서 정보산업과 통신산업.방송까지를 포괄하는 매머드 부처로 옷을 갈아입은 정보통신부는 95년 최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규사업자 선정에 있어서 "단호하지 못한" 처신을 보임으로써 능력을 넘어서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렸다.
95년 국내 통신서비스 부문에서는 궁극적인 도달점인 완전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 실시됐다. 국제전화.이동전화.무선호출에 이어 시외전화 서비스 분야에 경쟁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국제전화 제2사업자인 데이콤에게 시외전화 사업권을 부여、 내년부터는 시내망을 제외한 국제.시외.이동전화.무선호출 등 기간통신서비스 전부문에 경쟁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부문은 역시 예상대로 이동전화 서비스다. 독점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은 이동전화 서비스 수요폭발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1백%에 가까운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내년도에도 이같은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구밀집지역에 이동전화용 주파수가 고갈상태에 달해 통화품질이 극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중대한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한국이동통신과 내년 4월 이동전화 서비스를 개시하는 신세기통신간의 "주파수 전쟁"은 바로 수도권지역의 이동전화 주파수 부족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정통부는 서울지역에 대해서는 한국이동통신에 주파수를 추가 할당하지 않는 대신 다른 지역에 2.5MHz씩을 할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방식과 시분할 다중접속(TDMA)방식을 둘러싼 사업자간의 논쟁도 올 한햇동안 정보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군 핫 이슈로 꼽힌다. PCS신규사업을 추진중인 한국통신이 기존 이동전화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 그리고 국내 장비업체들이 공동 개발중인 CDMA방식이 아닌 TDMA방식으로 결정하면서 시작된 이 논쟁은 결국 정보통신부가 신규 허가할 PCS사업자의 무선접속방식을 CDMA로 못박음에 따라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95년도를 되돌아보며 가장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은 정책의 변화나 서비스 시장의 성장보다는 일반인들의 정보통신마인드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이다.
특히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내세운 인터네트의 돌연한 등장은 국내 컴퓨터통신의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면서 정보통신 사용자층을 두텁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데이콤의 천리안 매직콜、 한국PC통신의 하이텔、 나우콤의 나우누리 서비스등이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 환경을 그래픽 위주의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개선하는 한편 PC통신 접속회선의 고속화를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천리안 매직콜 서비스의 경우를 보면 이같은 PC통신 열풍에 힘입어 서비스 개시 10년 만에 유료가입자가 3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경쟁도입이후 일반전화에 이어 최대의 가입자를 확보해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은 무선호출 서비스의 경우、 전국 어디서나 같은 단말기로 호출을 받을 수 있는 광역서비스、 호출기로 직접 필요한 문자정보롤 보낼 수 있는 문자서비스가 도입되는 등 고급화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95년의 국내 정보통신분야는 정책부문의 경우에는 중요한 사안의 상당부분이 내년으로 결정시기를 넘겨버린 반면 서비스 분야의 발전은 촌각을 다투듯 빠르게 진척된 한해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