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6시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6차 정기총회가 열린 이곳에서는 국내 반도체산업 역사상 기록될 만한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반도체산업협회 창립이후 줄곧 협회장직을 맡아온 김광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신임회장에 LG반도체 문정환 대표가 만장일치로 선임돼 한국반도체산업의 새로운 향방을 예고했다. 구, 신임회장의 퇴임의 변과 새로운 각오를 들어봤다.
<김광호 명예회장>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소감은.
▲솔직히 아직도 해야 할 일을 다 못하고 떠나는 기분이라 아쉬움이 많다. 지난 5년은 세계 반도체산업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또 이런 호기는 다시는 오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현재 어려운 상황을 신임회장께 떠맡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앞선다. 그러나 그간 경기호황에 힘입어 축적한 힘으로 우리 반도체업계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 협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경기상승세와 소자, 장비, 재료 등 한가족과 같은 전 반도체업계의 단결력 등에 힘입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외국 반도체 업체들의 잇따른 반덤핑제소 조치에 맞서 협회가 중심이 돼 싸운 것은 협회의 존재가치를 높인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미국현지법인을 맡은 만큼 오스틴공장의 본격적인 가동과 영업 및 마케팅능력을 제고시켜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 개척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일으킨 「반도체인」으로서 항상 한국 반도체산업을 지켜볼 생각이다.
<문정환 신임회장>
-어려운 시기에 협회장직을 맡았는데 각오는.
▲현재 상황은 국내 반도체업계가 직면한 위기라기보다는 한번쯤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본다.이 제껏 국내 반도체산업을 이끌어 온 김 명예회장의 취지와 회원사들의 힘을 한 데 모아나갈 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향후 운영계획은.
▲우선 경기침체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구조를 고도화,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장비 및 재료업체 등 주변산업과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국내 반도체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데 회원업체들의 힘을 결집시켜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의 경기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어차피 모든 경기라는 게 사이클이 있는 법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늦어도 올해 말부터는 경기상승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본다. 이때를 대비해 기술력과 영업력을 한층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현재 경쟁국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