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융합화와 조직

라디오, 전화, TV, 컴퓨터 가운데서 가장 젊은 것은 컴퓨터다. 컴퓨터는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최초의 전자계산기인 애니악을 완성했으며 오늘날 널리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PC)는 1980년대에 들어 비로소 개발됐다.

TV도 미국에서 1931년에 시험방영되기 시작해 1937년 영국 BBC방송국이 세계 최초로 흑백방영을 실시한 후 전세계로 보급됐다.

라디오는 이보다 앞선다. 라디오 방송전파가 세계에서 제일 처음 발사된 것은 1920년 1월로 워싱턴의 아나고스티아 해군 비행장에서 벌어진 군악대 연주였다. 그해 11월 웨스팅하우스는 KDKA국을 개국해 대통령선거 속보를 방송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고정 방송국의 효시가 됐으며 라디오 대량보급의 길을 텄다.

이후 진공관과 반도체의 개발로 전자산업은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 최근에는 가전, 정보통신, 컴퓨터 분야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이 개발돼 가정, 사무실, 정부기관 등에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전자제품이 탄생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뚜렷한 성장단계를 갖는다.

초창기부터 지난 70년대까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개발된 제품은 한결같이 「스탠드 얼론」 형태를 띠고 있다. 단품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80년대에는 근거리 통신망(LAN)이 도입되면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제품과 제품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대」를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9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 통신, 미디어, 가전제품이 융합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멀티미디어 전시회인 CES에 출품된 제품의 가장 큰 특징도 컴퓨터와 통신, 가전이 융합화되는 것이었다. 융합화 다음 단계로 인터넷과 같은 전세계적인 규모의 네트워크를 통해 융합된 시스템을 활용하할 수 있는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인 일본 마쓰시타는 벌써 5년여 전에 당시 크게 유행하던 분산, 세분화 조직을 버리고 통합, 집중화를 택했다. 연말과 새해들어 각 그룹들의 인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급변하는 기술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조직개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