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손익수 데이콤 사장

데이콤은 데이터통신 전문회사에서 출발해 시스템통합(SI), 국제전화, 시외전화, 무선통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온 명실상부한 국내 제2의 종합 정보통신사업자다. 특히 통신시장의 대외개방에 앞서 제1사업자인 한국통신과 기본통신부문에서 경쟁하면서 통신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데이콤도 기본통신서비스사업에서 그동안 쫓기만 하던 입장에서 제3사업자의 추격까지 받게 되는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데이콤의 숙원사업인 시내전화사업 진출여부가 결정되는 해이기도 하다.

시장개방을 눈 앞에 두고 제1사업자의 견제와 제3사업자의 추격 속에서 격랑을 헤쳐가야 할 데이콤의 올해 경영계획을 취임 4년째를 맞는 손익수 사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올해도 통신시장 환경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올해의 전반적인 국내 통신서비스산업을 조망해 주시죠.

올해에도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은 경제 전반의 침체 예측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고도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본통신서비스의 경우 CT2와 같은 신규 이동통신서비스가 등장하고 PCS서비스도 선보일 만큼 신규 서비스와 기존 서비스간의 치열할 홍보전과 서비스 품질경쟁이 예상됩니다. 유선분야도 시외전화 경쟁이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며 국제전화 제3사업자도 등장하는 만큼 경쟁을 통한 시장확대와 이용자 편익 증진이 가시화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느 기업이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호응한 요금이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가에 따라 판가름날 것입니다.

-선진국의 통신시장 개방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시장개방과 관련해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월15일까지 WTO 기본통신협상이 종결되면 내년부터는 전세계적으로 통신산업이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할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말 할 필요없이 경쟁력입니다. 통신사업자에게는 일반적인 경영능력 이외에도 통신망 확보 및 운용능력, 기술적 노하우, 대고객 서비스, 그리고 요금전략, 광고전략 및 유통망 전략을 포함한 토털마케팅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불어 개방시대에 특히 중요한 요소는 「제휴」능력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 어느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은 전개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기 기업의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동일산업은 물론 다른 사업분야의 사업자와도 전략적 제휴를 적절히 구사해 나가는 사업자가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데이콤은 한국통신에 이은 제2의 기본통신사업자로 국내 통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만 외형적인 매출은 이에 따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향후 데이콤의 발전전략은 무엇입니까.

데이콤은 설립 이래 불모지였던 국내 데이터 통신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동안 주력해 온 PC통신, EDI, 각종VAN서비스들은 국내 산업발전단계 상 수익을 올리는 분야라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와 서비스 개발 및 보급 등에 더욱 많은 역량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크고 수익력 있는 전화사업부문의 참여는 비교적 최근의 일로서 이같은 사업영역의 차이가 외형적인 규모의 차이를 야기했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데이콤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최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선계 연구개발능력을 감안한다면 데이콤이야말로 멀티미디어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기본통신사업자라고 자부합니다.

-지난해에는 데이콤이 시외전화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올해는 개선될 전망이 보이는지요.

지난해 시외전화 시장점유율은 8.3%로 기대에 못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규모의 확대에 힘입어 당초 매출목표를 약간 상회하는 약 1천7백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국민이 082 시외전화에 대해 가진 불만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식별번호문제를 제외하고는 데이콤의 적극적인 노력과 한국통신의 협조로 대부분 개선됐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는 시장점유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추세로 간다면 올 하반기쯤에는 시장점유율이 17% 가량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외전화 사전등록제가 올해 실시될 예정인데 데이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요.

반대한다기보다는 사전등록제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마련돼야죠. 외국의 경우는 1, 2사업자가 동등한 품질을 갖춘 다음 제2사업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전등록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들도 PDD, 즉 다이얼 이후에 신호가 울리기까지 걸리는 시간같은 품질의 차별성이 제거된 이후에 시행하자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올 한 해의 최대 이슈는 시내전화 제2사업자 선정일 것 같은데요. 데이콤은 시내전화사업 진출에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시내전화사업을 오랜 숙원사업으로 정하고 그동안 사업추진을 적극 검토했습니다. 이는 시내전화망이 시외, 국제전화 등 유선계 전화는 물론 무선호출, 이동전화 등 무선계 전화사업을 수행하는 데도 필수적인 기간통신망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정부가 시내전화사업 허가방안을 최종 발표하지 않은 상태이기 대문에 구체적인 추진방침과 사업계획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시내전화 사업권 획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시내전화사업을 지역별 초고속망 사업자와 연계해 허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데이콤은 한국전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시내전화사업을 이권사업으로 보려는 일부의 시각에 반대합니다. 데이콤이 시내전화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은 사업영역 확장의 차원이 아니라 향후 음성, 데이터, 영상 등 다양하고 고도화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데이콤이 주도하고 관련기업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내전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통신프리텔과 같은 형태죠. 이는 통신서비스의 품질향상과 국민의 편익증진을 통해 정보사회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데이콤이 시내전화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일부의 우려처럼 이익이 많은 특정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입니다. 다만 시내전화사업은 막대한 투자는 물론 가입자까지 연결하는 광케이블 등 엄청난 설비가 필요한 만큼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공기업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과의 제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 데이콤의 입장입니다.

한전과는 실무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데이콤이나 한전이나 단독으로 시내전화사업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데이콤이 선발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고 있는 분야는 PC통신부문인데 이 분야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 주도업체로서 PC통신과 인터넷사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PC통신과 인터넷은 이제 단순한 통신매체라기보다는 정보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는 종합적인 뉴미디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천리안 매직콜은 국내 최대의 PC통신서비스로 자리잡았습니다만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의 PC통신서비스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선도하는 중점 주자로 육성한다는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98년까지 7백억원을 투자해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전용 네트워크를 증설하고 고속화, 고품질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기존 전화선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ISDN, 무선데이터통신망, 케이블TV망, ATM망 등 더욱 발전된 기술을 채택해 이용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총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PC통신을 다른 미디어와도 연계하겠다는 뜻입니다. 즉 현재의 PC통신은 이름 그대로 개인용 컴퓨터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케이블, 무선 등의 기술과 결합해 이동전화, TV, PDA, 영상전화 등 다양한 미디어와의 융합을 의미합니다.

-지난해에 SI부문이 자회사로 독립했는데 PC통신이나 다른 부문의 자회사 설립계획은 없습니까.

자회사 설립을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C통신은 그동안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에 와서야 겨우 흑자를 내 안정궤도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애만 썩였는데 몇 년 정도는 본사에 기여 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웃음).

-위성휴대통신(GMPCS)이나 플림스같은 경우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통신사업으로 지목하고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데이콤도 예외는 아닌데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잘 아시다시피 데이콤은 위성휴대통신 프로젝트의 하나인 글로벌스타사업에 현대전자와 공동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콤은 한국 내 글로벌스타사업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데이콤이 보유한 유선망과 PCS망과의 효과적인 연동을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