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경보기 시장에 최근 또다시 불량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유통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형식검정을 받지 않은 불법 경보기가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데 이어 이번엔 형식검정은 받은 일부 회사들이 형식검정시와는 다른 불량 부품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양산, 시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들 경보기 생산업체들은 형식검정시엔 정상 부품을 탑재해 형식승인을 받고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에는 성능상의 하자가 있어 형식승인이 나지 않았지만 시중에서 구하지 쉬운 일본산 부품으로 교체 사용하는 방법으로 불법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경보기는 3백11MHz AM방식 제품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소레조네이터를 사용해 전파연구소로부터 형식검정을 받은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규정 주파수대를 오차없이 송출하기 위해 사용돼 오던 기존 크리스탈 부품 대신 값싸고 생산하기 쉬운 소레조네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난해 말부터 국내 10여개 업체들이 개발, 형식검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소레조네이터를 써서 형식검정을 받은 업체는 동양경보기, 영진전자, 피닉스, 가람전자, AT엔지니어링, 오펠, 티텍터, 코콤산업 등으로 이들 회사의 대부분은 미국 RFM사의 소레조네이터를 사용해 승인을 받았으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는 RFM 부품 대신 일본 마쓰시타, 무라타 부품으로 바꿔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시타와 무라타 부품을 사용할 경우 규정 주파수내에서 선정한 중심주파수에서의 이격주파수가 7ppm 이하(±2.2KHz 이내)여야 한다는 현행 규정을 맞출 수 없어 형식승인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유사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 무선호출기와 육군항공 송출 시스템과 혼선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레조네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중 일부는 관련기관이 정상부품 사용여부에 대한 단속을 실시할 경우 법위반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 부품에 표시돼 있는 제조사명을 알아볼 수 없도록 지우는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량 소레조네이터 부품 사용과 관련해 『RFM 부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공급되려면 이달 중순에나 가능하고 또 이 부품을 사용한 경보기가 시장에 나오려면 20일께나 돼야 가능한데도 이미 지난 12월 중순부터 양산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제품이 불량 부품을 사용한 경보기임에 틀림없다』고 밝힌다.
한편 정통부가 제정한 처벌규정엔 불법행위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시정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시정 지시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계속할 경우 형식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는 등 처벌 규정이 미약해 경보기 업체들의 탈법행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