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보통신부품이다.」
정보통신부품이 향후 전자부품 시장을 이끌어갈 2000년대 주도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시장선점을 위한 부품업체들의 사업참여 및 제품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통신용 부품사업은 디지털 이동전화,개인휴대통신(PCS) 등 각종 新통신서비스의 등장에 따른 통신기기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가 관련부품 수요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아직까지는 경쟁업체도 비교적 적어 초기시장 선점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물량이 보장되고 부가가치 또한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불황으로 허덕이는 전자부품업체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이미 부품업계에는 통신용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면 2000년대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돼 있으며 따라서 업체마다 이 시장 진입에 사활을 걸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부품업계가 정보통신 부품시장 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같은 가능성 이외에 지난해의 불황도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일반부품의 어려움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세트업체들이 자신들의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부품의 글로벌소싱 등 무차별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종합부품 3사를 포함한 대형 부품업체들은 정보통신용 부품을 2000년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으며 중소 일반 부품업체들도 이 부문에 새로 발을 들여놓기 위해 품목선정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정보통신 열풍은 국내 부품업계의 산업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폭발력을 지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부품 진출현황>
부품업체들의 정보통신부품 시장진출 전략은 기업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탄탄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들은 MMIC 등 기존의 생산품목과 관계없는 각종 첨단 부품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현재 생산품목을 응용해 정보통신용 시장을 두드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보통신부품 사업을 가장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그룹은 일단 대기업계열 종합부품업체들이다. 삼성전기, LG전자부품, 대우전자부품 등 종합부품 업체들은 이미 향후 10년 내에 정보통신부문의 매출을 전체매출의 절반이상으로 끌어 올려 정보통신부품을 2000년대 주력사업화한다는 목표아래 이미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부품 전문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이에 못지않게 발빠르다.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이수전자, 기주산업 등 PCB 업체들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기지국용 다층PCB 등 정보통신용 PCB 생산비중을 대폭 높일 계획이며 싸니전기, 고니정밀 등 수정부품업체들은 가전용 중심의 사업구조를 통신용 사업 중심으로 대폭 변경하고 있다.
모터의 경우도 태일정밀과 삼홍사, 대성전기 등이 무선호출기용을 중심으로 통신용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단암산업, 태형산전, 동한전자, 행성사 등 SMPS 업체들도 국, 사설 교환기용 DC/DC컨버터 등 통신시스템용 제품이나 충전기사업에 손을 대는 등 대부분 부품업체들이 통신용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정보통신용 부품사업 중에서 현재 가장 활발한 시장진입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고주파분야와 전원(전지)분야,디스플레이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지는 이동통신단말기의 구동원으로 향후 높은 수요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분야 역시 삼성, LG, 현대, 대우 등 4대그룹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이와 달리 고주파분야는 MMIC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 또는 부품 전문업체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고주파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갈륨비소 MMIC다. 그동안 군사용으로 사용되던 MMIC는 고주파 특성이 우수하고 집적도가 높아 제품의 소형화 및 저가화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통신용 부품시장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참여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유전체세라믹 필터나 전압제어발진기(VCO) 등 고주파 모듈사업에는 기존 쌍신전기, 세광세라믹 이외에 성신양회, LG전자부품, 일진전기 등 대기업들이 침여했거나 참여를 모색하고 있고 기지국용 수동부품 시장 역시 KMW, 에이스안테나, 액티패스, 텔웨이브 등 전문업체들의 각축장이 돼있다.
<개발성과>
그동안 국내 통신산업이 제조업의 기반없이 수요자 중심으로 성장해 오면서 대부분 도입기술에 의존, 핵심부품은 대부분 고가로 수입돼 왔으나 최근 정보통신 부품사업 참여업체들이 늘어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 등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핵심부품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주요 부품들이 속속 국산화되고 있다.
최근 CDMA 이동전화 단말기 공급난을 일으켰던 퀄컴칩을 비롯해 기지국용 LPA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중소기업형 품목으로 그동안 대부분 수입돼온 기지국용 필터류 분야는 국내업체들이 제법 참여업체군을 형성하면서 상당부분 국산대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미국 퀄컴사의 공급물량 조절로 단말기 공급부족 사태를 빚은 바 있는 CDMA 전용칩은 ETRI와 단말기 생산업체인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에 의해 내년중 상품화될 예정이며 기지국 부품중 최대 수입품목인 선형전력증폭기(LPA)도 삼성전자가 최근 자체개발한 가운데 KMW, 흥창물산 등 여러 전문업체들도 개발중이다.
전원과 기지국용 수동소자는 국내기술이 비교적 세계수준에 근접해 있는 분야로 꼽힌다. TDX교환기 공동개발업체인 동아텔레콤이 주도해온 전원분야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세계 주요국에서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수동소자는 이미 상당부분이 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등 통신부품 국산화의 표본이 되고 있다.
광통신용 부품의 국산화는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ETRI가 광통신용 능동부품 및 수동부품을, KETI는 수동부품을 주로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통신장비 업체들과 LG전선 등 광섬유케이블 생산업체들도 핵심부품 개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향후과제>
통신부품의 국산화 열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지만 아직 업체층이 매우 얇고 핵심기술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부품국산화를 실현하는 데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 부품산업이 중소기업형 구조를 갖고 있어 국내 정보통신 부품업체들을 육성하는 것은 중소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TRI의 박중무 산업기술진흥부장은 『대기업의 덩치로는 급변하는 정보통신 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확대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국가 연구개발자금의 일부를 중소 벤처기업에 지원토록 규정한 미국의 SBIR프로그램 같은 제도도입이 필요하다』며 「전략품목을 집중지원해 자원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개발 지원 방법과 모험기업간 컨소시엄을 구성,공동연구토록 유도하는 정책」도 효율적인 국산화 촉진책으로 제시했다.
이와함께 국산화된 부품의 보호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듀플렉서의 개발과 함께 수입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떨진 것처럼 고가로 판매하다 국산화만 되면 무차별 저가공세를 펼치는 것이 외국 기업들이 전형적인 전략이라 할 때 사업화 초기의 국산부품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이 요구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