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일관성 결여
공보처는 13일 서울 및 5대 광역시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을 제외한 일부 지방의 SO구역을 확대하는 한편 전국 23개 지역의 2차SO구역을 광역화한 구역(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보처가 이번에 마련한 SO구역고시(안)는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회에 걸쳐 이번 구역고시(안)를 점검한다. <편집자>
<정책 일관성 결여로 인한 문제점>
공보처는 이번 구역고시(안)에서 현재 10만가구로 돼 있는 SO의 구역을 수도권의 경우 20만∼30만가구,비수도권에 대해서는 20만가구 안팎으로 광역화했다. 광역화한 이유에 대해 공보처는 이미 고시된 SO 구역 중 미허가 62개 구역은 사업성 및 생활권역을 감안해 볼 때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실 여건을 고려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SO 구역 규모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보처는 『구역재조정은 광역자치단체 권역 안에서 조정돼야 하므로 서울 및 5개 광역시의 경우, 이미 허가가 완료됐기 때문에 확대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개선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 및 5개 광역시는 행정구역을 전제로 구역 조정안을 적용했다는 의미이다.
반면 행정구역상 다소의 융통성이 적용될 수 있는 강원, 청주, 서남(목포), 경북, 제주 등 5개 SO는 기존의 구역 외에 인근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보처는 『전주와 수원 SO는 가구수가 이미 18만, 23만가구로서 추가 확장이 곤란하며, 창원과 천안 SO는 이제까지의 사업실적이 극히 부진해 구역을 확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보처의 이번 SO구역 재조정은 정책 일관성 결여라는 측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첫째는 공보처가 애초 1차 SO사업자들에게 누차에 걸쳐 약속했던 SO의 복수소유(MSO)가 새 방송법의 미제정을 이유로(이번에 광역화를 적용받는 5개 SO는 사실상 제외) 배제됐다는 점이다. 물론 공보처의 관계자들은 『그 동안 MSO를 위해 새 방송법이 제정되도록 기다렸으나, 아직도 법이 제정되지 않아 부득이 현행법인 종합유선방송법으로 2차 SO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을 포함한 5대 광역시에 포함된 대부분의 1차 SO들은 공보처가 일부 지방의 5개 SO들에게만 구역을 광역화한 것은 SO의 여론을 분열시키려 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이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속했던 것을 믿고 대부분의 SO들은 초기에 막대한 선투자를 했으나, 정부가 공수표를 던진 셈』이라고 주장하고 『이번 일은 정부의 신뢰성 및 도덕성에 큰 훼손을 주는 결과를 초래해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펴나갈지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개척자 우선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누가 정부의 정책에 앞장서 따라가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한 창원, 천안의 사례와 서울 및 5개 광역시의 적용사례는 정부가 실적 부진기업에 대해서만 칼을 들이대는 필벌원칙만 적용했을 뿐 신상의 원칙은 새 방송법 제정 연기를 이유로 배제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두번째 문제점으로는 공보처가 지난 93년 1차 SO 구역을 10만가구로 고시하면서 학계나 업계가 SO 구역을 좀더 광역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굳이 10만가구로 확정했으나, 불과 4년만에 별다른 설명없이 20만∼30만가구로 광역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공보처의 정책이 얼마나 단견적으로 입안됐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공보처는 구역을 확대고시하면서, 「사업성」을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3년 전에는 업계가 『사업성을 이유로 구역을 광역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았었다.
세번째 문제점으로는 정책일정에 대한 공개행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공보처는 그 동안 새 방송법이 제정되기만을 기다리며 2차 SO 사업허가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 지난 94년 1차 SO 사업자를 선정하고 95년 3월 케이블TV방송이 개국한 이후에도 공보처는 2차 SO허가에 대한 「예측가능한 정책추진일정」 제시를 하지 않은 채 2년여를 끌어 왔다.
이로 말미암아 2차 SO를 준비하던 많은 업체들은 이제나저제나 하며 공보처의 사업허가 일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려 왔다. 특히 이번에 강원, 청주, 서남, 경북, 제주에 포함된 지역에서 2차 SO를 준비해 오던 업체들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
케이블TV 사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공보처의 이런 「일관성 없고,예측 불가능한 정책추진」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입은 심적, 물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고 말하고 있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