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 전자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 지난 60년대부터 미국 하이테크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온 실리콘밸리가 경제환경과 시대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 1940년 휴렛패커드(HP)사가 설립되며 반도체와 컴퓨터 중심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가 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바이오 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세포 분열"과 "연쇄반응"을 통해 하이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산업의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 전자산업의 두뇌로 변화의 물결이 거센 실리콘밸리를 산업구조 변화.인적 변화.타깃시장 변화 등 총 3회에 걸쳐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최근 미국 하이테크 전자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반도체.컴퓨터산업에 이어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테크놀로지가 부상하며 "바이오밸리"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중심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가 북동쪽과 남쪽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반도체.컴퓨터 중심에서 생명공학.소프트웨어.비메모리 계열의 시스템 반도체로 무게중심이 이전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지역적 변화는 실리콘밸리가 점차 주변지역으로 확대해 가며 메머드급 첨단 산업단지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지난 80년대 후반까지 스탠퍼드 공업단지를 축으로 팔로 알토.서니베일.새너제이 등 샌타클래라지역 7개 도시에서 남쪽으로 형성된 큰 흐름이다. 이에 따라 캠벨.사라토가.로스가토스를 거쳐 모건힐.길로리까지 확대됐으며 스코트밸리.샌타크루즈 부근도 조만간 첨단산업기업군이 자리잡을 전망이다.
또 하나는 샌프란시스코灣을 따라 북동쪽으로 밀피타스를 거쳐 이웃 알라메다.프로몬토시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이 방향은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기후와 샌프라시스코灣의 화려한 자연환경과 어울어지며 고급 인력과 벤처기업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렇듯 점차 실리콘밸리지역이 확대해 가며 급증하는 벤처기업에 따라 산업구조도 변화를 맞고 있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와 컴퓨터산업구조에서 멀티미디어를 겨냥한 소프트웨어, 2000년대 시장을 겨냥한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그것이다. 또한 반도체 분야도 기존 범용제품의 대량생산 위주에서 컴퓨터 시스템.정보통신기기를 겨냥한 주문형반도체(ASIC).비메모리 반도체군으로 이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반도체 재료.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분야의 기업군과 컴퓨터업체들의 실리콘밸리 상위기업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반도체 기업군은 여러 가지 시련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컴퓨터는 활력이 넘치는 청년기를 맞고 있고 소프트웨어.바이오 테크놀로지는 이제 막 유아기에 접어 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너지효과를 통해 관련 산업군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기업이 컴퓨터분야의 발달과 함께 성숙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분야가 컴퓨터분야의 진전과 함께 성숙하고 있다. 반도체 없는 컴퓨터는 생각할 수 없듯이 하드웨어와 병행해 소프트웨어분야가 점차 활기를 띠며 체력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리콘밸리의 분야별 투자 경향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바이오 테크놀로지분야중 84년께는 컴퓨터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았지만 89년을 경계로 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고 대신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테크놀로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바이오 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세포분열을 통해 고속성장의 기폭제를 마련해가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실리콘밸리의 체력은 반도체이고 활력은 컴퓨터로 돼 있지만 향후 체력이 컴퓨터, 활력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면 체력이 소프트웨어, 활력이 바이오 테크놀로지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잇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인 시러스로직의 어니스트 린 부회장은 "현재 창업투자 자금의 큰 흐름이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소프트웨어로 몰리고 있는 사실이 반증하듯 미래의 실리콘밸리는 반도체와 컴퓨터를 기본축으로 생명공학과 소프트웨어산업분야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햇다.
<실리콘밸리=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