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필요하다
방송계는 공보처의 이번 2차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 구역재고시(안)에 대해 방송현업 종사자 및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청취가 부족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2차SO 구역고시(안)를 공보처가 확정, 발표하기까지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2차SO 구역의 광역화를 앞두고 가장 몸달았던 1차SO들만 수차례 자체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공보처는 토론회 등 여론수렴을 위한 공개적 자리를 단 한 차례도 갖지 않았다. 또한 공보처가 무엇을 토대로 구역을 재조정했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구역광역화를 설정한 주요 변수가 무엇인지 가구수와 행정구역, 나아가 전송망을 포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어떤 것이며 그 해결방안은 있는지, 더 좋은 방안은 없는지 그리고 예상되는 도시발전 및 방송환경변화 추정치는 어떻게 나왔으며 그 중요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더 나아가 2차SO를 광역화해 허가했을 경우, 1차SO와 비교해볼 때 손익분기점은 언제쯤 예상되며, 얼마나 빨리 흑자경영을 할 것으로 추정되고 그에 따른 조기 초과이득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견해다.
즉 1차SO들은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2차SO들은 선행 주자들의 홍보효과와 공보처의 광역화 정책으로 말미암아 불과 짧은 기간에 그 과실을 얻게 된다면 1차SO들의 불만은 SO의 복수소유(MSO)가 금지된 것에 더해 눈덩이처럼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23개 2차SO지역을 동시에 허가할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 및 주요 지방도시들만 허가를 내주고 농어촌지역은 제외시킬 것인지에 대한 허가일정 제시 및 의견청취도 필요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관련업계는 서울을 비롯한 5개 광역시에 국한된 1차SO와는 달리 2차SO지역이 광활하고 산간, 오지, 낙도 등이 포함돼 있어, 전송망을 포설하는데 막대한 시간과 인력,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전력 및 한국통신 등 전송망사업자들은 지난해 말까지 1차SO구역에서 홈패스율을 70%선까지 끌어올렸는데 여기에 7천2백억원을 쏟아부었다. 1차SO 허가지역의 전체 가구수는 8백5만(케이블TV협회 자료)에 달하지만 지난 연말 현재 총시청 가구는 1백50만, 이 중 유료시청 가구는 50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송망 건설에 들어간 비용대비 효율성 측면에선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대도시지역이 대부분인 1차SO의 사정이 이럴진대, 1차보다 가구수대비 2∼3배가 커진 2차SO지역의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가구수가 늘어난 반면 관할지역은 그 몇배로 늘어나 전송망 포설에 드는 비용이 1차 때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5배는 늘어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무려 3조에서 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2차SO 전송망건설에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농어촌이나 산간벽지의 2차지역은 한꺼번에 허가할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구축될 경우에 대비해 우선 기존의 중계유선방송망을 활용하고, 나중에 초고속망을 케이블TV망으로 이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2차SO를 한꺼번에 허가하지 않고 일부 지역을 남겨두는 것도 논의해야만 한다.
여하튼 공보처는 확고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출범시킨 케이블TV가 더 이상 비틀거리지 않고,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방송 및 통신계의 의견 전반을 청취할 수 있는 보다 폭넓은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