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지금 실리콘밸리에선... (2)

고급 인력이 많다고 해서 「스마트밸리」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 최근 중국, 인도 등 동양계 벤처기업 사장이나 전문 엔지니어들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전문직, 기술직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는 물론 인텔, IBM, HP 등 세계적인 기업의 주요 요직에는 상당수의 동양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독창적인 창의력이 필요한 ASIC, 로직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아직도 미국인들이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쪽에서는 중국인 등 동양인이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AT&T의 소프트웨어 개발부대는 중국인 기술자가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이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실리콘밸리=IC」라는 표현이 이전에는 실리콘밸리에 반도체(IC) 관련 기업이 많다는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인도인(India)과 중국인(China)이 없는 실리콘밸리는 상상할 수 없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현재 동양인의 인력분포는 70년대 10%정도 수준에서 최근에는 3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의 전체 인구 증가율이 8~10%에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괄목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작년 미국의 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집계된 실리콘밸리의 첨단 제조업계 직종별 인종분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도표 참조>

여기에 실리콘밸리 지역의 첨단업체들이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과의 교역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작년 입체방식의 디자인 설계툴 관련 벤처기업을 설립한 중국계 K.J 창(프리퀸시 테크놀로지 부사장)은 『미국 동부에 비해 서부 캘리포니아에 중국인이 많다는 역사적 배경 외에도 중국인 특유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의 경영자와 전문엔지니어로 적극 진출을 모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활발한 동양계 인력의 실리콘밸리 진출과 함께 두드러진 인력변화는광범위한 고급 인력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기존 스태포드,캘리포니아(UC)대학 버클리교,산타클라라 대학 등 몇개 학교에 그치던 인력공급이 최근에는 새너제이 주립대학,미션(산타클라라),새너제이 시티 단과대(새너제이) 등 8개교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실리콘밸리의 첨단 두뇌집단을 구성해 가고 있다. 특히 UC버클리는 최근 전기공학분야의 대학원 과정을 대폭 확장,스탠포드와 동일한 규모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으며 반도체 컴퓨터 공학분야의 중요한 연구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스탠포드와 UC버클리가 매년 배출하는 박사급 엔지니어 수는 미국 동부의 MIT가 배출하는 인력의 두배에 이르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이런 변화된 인재공급 시스템은 피라밋형 구조로 정리하면이해가 빠르다.<그림 참조> 즉 엔지니어의 기술 수준에 따라 스탠포드와UC버클리 출신의 고급 기술자,산타클라라 대학과 새너제이 주립대학 출신으로 구성되는 중급 기술자,그리고 일곱개 단과대학 출신의 초급 기술자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저변이 넓은 피라밋 모양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곱개 단과대학이란 안자, 풋힐, 미션, 웨스트, 새너제이 시티, 에버그린, 캐빌란 커뮤니티 칼리지다. 이들 단과대학 출신들은 현재 기술개발에서 초급 과정을 담당한다.

새너제이 주립대 및 산타클라라대의 법과대학도 실리콘밸리 지역의 첨단업계와 연관성이 높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고급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동양계 인적 구성과 광범위한 인력공급 네트워크에 대해 컴퍼스 디자인 오토메이션社의 아툴 사란 마켓팅담당은 『이런 우수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실리콘밸리의 기적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기술경쟁이 본격화되는 비지니스 환경에서 더이상 인종, 피부색, 성별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실리콘밸리=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