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인도대륙이 인구 10억의 황금시장으로 부상되리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전세계의 공룡들은 이미 천명된 개방화의 물꼬는 막을 수 없다는 듯이 인도에 군침을 삼키며 달려들고 있다.
서구인들 특히 미국인들은 그들 특유의 저돌적인 황소전략으로 인도에 진출하고 있어 주요 도시가 이들 회사들의 광고탑으로 장식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시나브로 Camel In Tent 전략을 구사한다는 일본인들도 그간의 미온적 자세에서 탈피, 적극적인 진출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본의 기업인들이 뭉쳐 델리 근교인 하리아나주에 1백만평 땅을 주정부로부터 정기 임차해 중소기업공단을 유치하고 상가 및 거주지역을 갖춘 종합적인 저패니스 타운십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주정부에서 승인되었다는 기사가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또한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여겨지는 방갈로르 주변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후원하에 기업인들이 연합해 투자하고 카나타카 주정부가 대지를 제공, 종합적인 정보통신단지를 건설 중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기사들은 국제화를 말로만 외쳐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에 필자는 인도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부패한 지방정부를 가진 비하르주를 실사할 기회가 있었다.
비하르주는 석가모니시대에 천축국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많은 불교유적을 가진 북쪽의 비옥한 농경지대와 철광석과 석탄 등 광물이 매장된 남부의 산악지대로 이뤄진 17.4만㎢의 지역이다.
주도인 파트나를 시발로 부처가 보리수 아래서 해탈했다는 부드가야를 거쳐 해발 6백58에 위치한 쾌적한 고원도시 란치를 찾았고 인도 최대의 종합철강도시로 유명한 잠셰드푸르까지 육로로 횡단했다. 잠셰드푸르에 들어서는 순간 난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왔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지저분하고 열악한 인도의 도시에 식상한 필자가 수거, 상가, 공장지대 등이 서구풍으로 잘 가꿔진 도시를 접하니 신선한 충격이 밀려왔다.
이곳은 인도 경제계의 대부로 인도 최대의 타타그룹을 창업한 잠셰드지 타타(Jamshedji Tata)씨가 1908년부터 장기 조차해 철강산업을 일으켜 세우며 계획적으로 개발, 현재는 인도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깨끗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됐으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잠셰드푸르로 불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국제화와 인도시장이 어우러져 아른거린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의 기업들은 인도를 넘나들며 이곳에도 터전을 잡으려 할 것이다. 10억의 인구에게 1달러씩만 팔아도 10억달러라는 손쉬운 산술이 전세계 기업인들의 구미를 돋우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시장이 누구에게나 호락호락한 봉은 아닐 것이다. 인도는 단순한 해외생산기지 혹은 판매시장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역사적 자긍심을 추켜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합심해 잠셰드푸르보다 더 좋은 코리안푸르를 이곳에 건설하면 어떨까하는 명제를 신년 화두로 던지고자 한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델리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