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이상윤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이사장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등록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개발의욕을 북돋워 줌으로써 국가 경제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소프트웨어(SW)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 1일자로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의 4대 이사장으로 새로 부임한 이상윤 전 부산체신 청장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SW산업의 육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 업무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34년간의 공직생활에 전기통신분야의 법체계를 완성하고 전파사용료 제도를 도입했으며 한, 미 통신무역마찰의 최일선에 나선 경험을 갖고 있는 이상윤 이사장이 법적 판단과 분쟁조정능력이 요구되는 프로그램 저작권분야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상윤 이사장을 만나 국내 SW산업의 현주소와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활동 및 주요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SW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우리나라 SW산업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전년대비 36% 정도 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연평균 35%씩 성장해 2001년에는 약 15조원의 엄청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 세계 SW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생산액 기준)도 91년에는 0.5%에 불과했으나 95년엔 1.2%로 증가했으며 2001년에는 3.7%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SW산업은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여타 주요산업에 비하면 상당히 낙후돼 있으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먼저 SW 사용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시장기반이 매우 취약합니다. 또 개발자들이 대부분 영세하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벤처투자사업 또한 활성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워드프로세서 분야를 제외하고는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SW산업을 활성화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른바 21세기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SW산업을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먼저 SW 사용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업계와 관계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SW산업의 특성에 맞는 금융, 세제상의 지원책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개발자들이 안심하고 SW 개발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애써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저작권보호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지적한 대로 SW산업이 미래 전략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이와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지난 95년 정부출자에 의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우리 기관은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보호업무를 총괄하는데 주요 사업으로는 SW산업 발전의 기본 토대가 되는 프로그램 등록사업을 비롯해 프로그램 분쟁조정사업, 프로그램 불법복제 단속사업, 프로그램 위탁관리사업 등으로 크게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 건의와 대국민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SW산업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활용되는 프로그램 등록추이에 대해.

지난 87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된 프로그램 등록은 만 10년째인 96년 말 현재 약 3만7천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9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SW 불법복제 단속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프로그램 등록이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인식전환이 이뤄진데 따른 결과로 분석됩니다.

프로그램 등록이 늘어나면서 저작권 분쟁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은 일반 저작물과는 달리 문자, 음성, 영상 등 기존 저작물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보호의 대상이 일반 저작물과는 달리 다양해지고 권리관계도 한층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실질적인 분쟁조정 신청은 없었지만 50여건의 문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볼 때 향후 저작권 분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 기관에서는 분쟁조정에 대한 실무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등 저작권자의 권리침해 행위에 적극 대처할 계획입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올해부터 새로 시작하는 신규사업인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과 불법복제 단속지원사업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활동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우리 기관이 올해의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프로그램 저작권 위탁관리사업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사업으로 영세한 프로그램 개발자를 보호하고 SW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이 제도의 시행으로 저작권자는 자금부족 등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도 활로를 개척하지 못해 제품을 사장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용자는 저작권 집중관리 기관인 우리 기관을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불법복제 단속 지원사업을 올해 집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프로그램 등록과 분쟁조정제도가 SW산업 발전의 밑거름이라면 불법복제 단속은 SW산업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국내 SW산업의 사활이 불법복제 방지 및 단속사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불법복제 방지와 대국민 인식전환을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PC통신상에 프로그램 보호법에 대한 상담실을 개설하는 등 소극적인 활동을 전개했으나 앞으로는 불법복제 단속 시 검찰과 공조체제를 확립하는 등 적극적인 단속 지원사업으로 SW 정품사용이 확산되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현재 프로그램 지적재산권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 지적재산권 전산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기관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지적재산권 정보의 체계적 관리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96년 1월부터 98년 말까지 3개년 프로젝트로 컴퓨터 프로그램 지적재산권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추진 상황을 보면 지난해 6월 인터넷 접속과 근거리통신망(LAN) 구축을 완료하고 8월엔 PC통신 사설게시판(BBS)을 개통했으며 12월엔 프로그램 등록시스템 구축을 완료, 이달 말 개통을 목표로 현재 테스트 중입니다. 98년 말께 본 시스템의 구축이 완료되면 프로그램 등록 및 저작권 보호에 관한 제반 민원업무가 전산화됨으로써 저작권 보호 및 SW산업의 경쟁력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으로 제정된 지 10년이 넘은 현행 프로그램 보호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컴퓨터 관련분야가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제도가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즉 불법복제 피해행위에 대해 저작권자가 직접 사례와 증거를 수집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한 친고죄 규정과 복제를 허용하는 프로그램 저작권 제한규정, 그리고 PC통신 및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서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지적재산권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 지적재산권 보호제도 정립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법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에 적극 건의할 방침입니다.

<김종윤기자>

*이상윤 이사장 약력

37년 경북 영천 출생

62년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84년 체신부 법무담당관

91년 체신부 전파기획과장

92년 주미대사관 참사관

95년 전파연구소장

96년 부산체신청장

현재 한국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4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