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컴퓨터가 부팅이 안되고 그동안 저장해 놓은 모든 데이터가 한 순간에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산드라 블록이 출연했던 영화 「네트」나 환상적인 컴퓨터그래픽 장면을 연출했던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사건을 푸는 열쇠는 컴퓨터 바이러스였다.적의 컴퓨터 통신망을 교란시켜 핵폭탄이나 초강력 무기로도 해결 못했던 일을 디스켓 한 장에 담겨진 컴퓨터바이러스가 해결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컴퓨터바이러스는 결코 영화처럼 긍정적인 기능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컴퓨터에 저장된 중요 데이터나 파일을 파괴해 버릴 뿐 아니라 컴퓨터의 작동도 멎게 한다.
지난 6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5%가 [지난 1년중 컴퓨터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응답자의 53%가 1백만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경험한 사람도 응답자의 1.5%에 달했으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 데이터를 잃은 사람도 여럿인 등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러스 중 대부분은 사전에 예방가능하지만 일부 신종바이러스는 컴퓨터통신 자료실이나 관리자가 없는 사설BBS를 통해 무방비 상태로 감염되는 등 바이러스의 사각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지적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컴퓨터바이러스의 수는 1만여종.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난 88년부터 96년 12월까지 총 5백38종의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다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수도 93년 34개에서 94년 76개,95년 1백30개,지난 96년에는 2백25개가 발견되는 등 해마다 배에 가까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의 59.5%에 해당하는 3백20종의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제작 배포된 한국산 바이러스로 지난 93년 17개에서 94년 41개,95년 82개,96년 1백54개로 급증하며 외국산 바이러스의 수를 능가했다.
이 중 전갈바이러스와 회오리바이러스,한국산매독바이러스,컴백바이러스 등은 지난 해 가장 악명을 떨친 한국산 바이러스로 꼽히는 것들이다.
안티 CMOS바이러스나 PS-MPC바이러스,NRLG 바이러스 등도 지난해 많은 컴퓨터를 파괴했던 외국산 바이러스며 최근에는 E메일로 감염되는 매크로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전세계 네티즌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1,2월에는 조쉬바이러스와 바로테스바이러스,카지노바이러스,스웨덴소년 바이러스 등에 경계경보가 내려져 있다.
한국산 바이러스 및 전체 바이러스의 급증현상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컴퓨터실력을 올바르게 활용못하는 일부 프로그래머들이 주원인으로 컴퓨터해킹이나 바이러스 제작을 영웅화시키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연구소의 고정한 상담팀장은 {바이러스는 한번 걸리면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해 예방이 최선}이라며 {정품소프트웨어 사용과 습관적인 백신검사,데이터 백업을 생활화시키는 것이 예방 및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