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30] 천보캐드 이근태 사장의 춘란가꾸기

예로부터 난은 문인 및 화가들의 창작활동에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그 은은한 자태와 고유한 향기, 특유의 굳건함과 경건함, 순박성이 창작물의 소재로 좋은 상징성을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난은 원산지에 따라 동양란과 서양란, 춘란으로 구분한다.

난 애호인들은 이중 토종란인 춘란을 으뜸으로 친다. 단아한 자태에다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한국의 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양란과 동양란이 꽃도 크고 강한 향기를 갖고 있는데 비해 춘란은 소박함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건만 맞을 경우 수시로 꽃을 피우는 서양란에 비해 춘란은 2∼6월 사이의 봄에만 꽃을 볼 수 있다.

플로터와 캐드 소프트웨어, 오토캐드를 공급하고 있는 천보캐드 이근태사장은 춘란 애호가다.

3년전부터 주변의 권유로 춘난가꾸기를 시작한 이사장이 춘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과 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판단에 연유한다. 사무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춘란이 이사장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난 가꾸기는 자식 기르는 정성을 필요로하는 취미활동입니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줘야하는 번거로움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되고 정신건강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이 처음 난을 접했을 땐 정적인 이 취미활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난감했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엔지니어링에 근무할 때까지 등산과 운동 등 몸으로 뛰는 스포츠분야의 취미에 심취해 있었고 업무상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현대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업무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라 할 수 있습니다. 난 가꾸기는 이런 스트레스를 잠시떠나 자연과 생명에 몰입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느끼는 만족감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년여 기간을 투자한 난이 하나의 생명으로서 꼴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그과정을 지켜본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이렇게 이사장이 3년 남짓 가꾸기 시작한 난은 현재 2백여종. 물주는데만도 1시간 이상을 필요로하고 일련번호를 매겨 관리해야할 만큼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다.

모든 난애호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사장이 가장 애착을 갖는 난은 중투현상이 이루어진 난이다. 중투는 잎사귀의 중간에서 부터 흰빛으로 타들어가는 일종의 변이현상이다. 특정한 개체나 종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돌연변이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초기부터 판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난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높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증자료는 없지만 컴퓨터 모니터 곁에 난을 놓았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받곤합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컴퓨터 관련 장비를 납품할 때마다 난을 분양해 기증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최근 업무가 바빠 함안, 함평, 진도, 해남 등지로 나가던 난 채집을 그만두어야했다는게 가장 안타깝다는 이 사장은 물주기 3년을 갖 뗀 난 초보자임을 애써 강조한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