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정보통신공학과는 늘 바쁘고 활기차다. 방학중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실과 실험실에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한데 뒤엉켜 개발 프로젝트 수행에 정신이 없다. 방학도 없고 심지어 일요일도 생략한 채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의 열기는 한겨울의 추위를 녹일만큼 뜨겁다.
대전에 자리한 한남대 정보통신공학과는 지난 88년 설립됐다. 디지털 시대의 핵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부문을 특화한 것이다. 교육과정은 전문 지식인으로 갖추어야할 이론적 배경과 관련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실용적 측면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목표를 지향한다.
정보통신은 컴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자및 컴퓨터 관련 내용은 12학년등 저학년에 집중되어 있고 통신부문은 고학년이 되면서 본격화된다. 지난해까지 50명이었던 정원이 올해 10명 늘어나 60명됐고 현재 약 2백명의 학부및 대학원생이 재학중이다.
첨단학과 답게 실험 실습실도 수준급이고 교수법도 다양하다. 정보통신공학과에는 데이터통신, 디지털회로, 디지털통신, 신호처리, 정보통신 기초및 응용, 컴퓨터등 7개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이용하는 24명 규모의 PC실은 모두 586 펜티엄급이고 모든 실험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 교내 전산실은 물론 국내외 과련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학과에서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정품을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드러내긴 어렵지만 그간 교육기관에서 소프트웨어 정품 구입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이었다. 학생들에게 정품 사용 마인드를 제고시켜야한다는 교수들의 의지가 작용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강의도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언어처리로 유명한 윤덕호교수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강의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 놓고 있다. 여기에는 강의내용은 물론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각종 상세정보가 들어있다. 윤교수는 『교실 강의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장에서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이런부분을 보완,인터넷에 띄워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남대 정보통신공학과의 장점은 단연 교수진이 꼽힌다. 백제인 김경태 윤덕호 박성우 박대철 은성배교수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 교수진은 전원 과학원(KAIST)나 서울대, 미국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한 쟁쟁한 멤버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전공을 기초로 광대역통신그룹, 휴먼컴퓨터 인터페이스그룹, 멀티미디어그룹, 응용 미디어통신그룹등 4개의 연구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6명의 교수진중 4명이 전자통신연구소(ETRI) 출신이라는 점도 이채롭지만 이론과 실무의 융합이라는 차원에서는 학과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진의 경력 탓인지 이들의 연구 프로젝트 이력은 화려하다. 간단히 훑어봐도 은성배교수의 동영상을 이용한 야구정보 검색시스템, 저궤도 위성시뮬레이터 구조, 원격교육시스템 연구, 박성우교수의 파장분할 다중화기법을 이용한 고속 광네트워크,PCS이동성을 고려한 ATM최적망 설계방안등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거나 진행중이다.
그간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ETRI나 정통부의 국책과제에 치중했지만 올들어서는 산학협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은교수가 팀장 역할을 맡는 망관리용 소프트웨어인 TMN시스템 개발은 거농정보통신이라는 기업과의 합작품이고 연구가 성공리에 끝나 상용화될 경우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교실에서의 수업은 물론 이들 교수들이 수행하는 최첨단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갖는 「특혜(?)」를 받고 있다.
<이택 기자>
박성우 학과장 인터뷰
최근 사회적 편견으로 갈수록 지방대 졸업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는데 한남대의 사정은 어떤가.
*학과의 성격상 취업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졸업생들의 진로는 대부분 한국통신, 방송국, 이동통신업체에 몰려 있다. 당해년도 취업률은 50%를 넘는 수준이지만 1년후쯤이면 90% 이상이 된다. 상대적으로 졸업생들의 취업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인문계통 학과에 비해 교수들은 행복(?)한 편이다.
당해년도 다음해 취업률이 다른 것은 그만큼 취업 재수생이 많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요즈음 학생들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하다. 전공 탓에 어차피 취업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기업이 아니면 한해쯤 기다리다 합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과에 취업 의뢰서가 이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은 중소기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학과장을 맡았는데 향후 학과 운영 방침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면서도 학생 강의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양립 방안」을 찾아보겠다. 또 대덕단지와 인접해 있는 이점을 살려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각종 이벤트도 추진해볼 생각이다.
박교수는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정식 학과장을 맡게되고 현재는 내정상태라는 점을 들어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