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형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이 최근 한국시장 공략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종 업종인 국내 모터생산업체들에 제휴 등 다양한 손길을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과거에도 기술제휴나 파트너쉽 등을 통한 한일 간의 소형모터사업 교류가 간헐적으로 이어져왔으나 최근의 움직임은 한국업체로부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조달,합작투자 제의,한국기업 인수 등으로 갈수록 구체화되고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한국 모터업체로부터의 OEM 조달 확대. 지난해부터 일본빅터(JVC)가 태일정밀로 부터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용 스핀들모터를 OEM조달하고 있고 도시바 계열의 동경전자(TEC)가 한국권선기술에서 영구자석(PM)타입의 스테핑모터를 대량 공급받고 있는 등 OEM조달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일본업체들이 90년대 이후 해외생산 거점을 한국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대거 전환해온 점을 감안할때 주목할만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업체의 인수합병(M&A)이나 단독진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치논 계열 소형모터업체인 도쿄마이크론이 최근 D社의 모터사업부를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S정밀도 한국에 1백%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판매거점 또는 합작형태로 간접 진출한 업체들에 대한 경쟁력 높이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스테핑모터업체인 산쿄는 1백% 투자해 설립한 정심전자 및 국내 키보드업체인 세진전자와의 합작사로 싱크로너스모터 등을 생산중인 협진정밀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리스트럭처링 작업을 통해 활성화를 적극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태평양그룹과 합작투자,한국써보 라는 서보모터업체를 설립했다가 실패한 뒤 대리점인 P社를 통해 공급중인 일본 써보도 최근 일본인 담당자를 P社에 상주시키며 판로확대를 모색하고 있어 일부에선 써보의 재진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일본 모터업체들의 일련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한국의 모터제조기술이 동남아 후발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한수 위란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아직 세계 모터업계의 상징인 마부치를 비롯한 대다수 일본업체들의 주 생산거점은 중국과 동남아지만 중급 이상의 모터제조에는 한국이 아직도 메릿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한국이 여러 면에서 아직은 일본보다 제조여건이 좋고 품질수준도 동남아 후발국가에 비해 앞서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유사한데다 물류면에서도 유리해 일본 자체공급분에 대한 생산거점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적지 않다.
일본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한국의 잠재시장을 겨냥,교두보를 확고히 하기 위한 중장기 포석이라는 해석도 많다. 즉,우리나라가 DVD, CD롬드라이브,이동전화,OA기기 등 소형모터부문의 차세대 보고로 간주되는 분야에서 장차 만만치 않은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일본의 속셈이 무엇이든 간에 일본 모터업체들의 최근 물밑 움직임은 답보상태에 빠진 한국 소형모터산업을 회생시키는데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한때 일본의 기술이전 기피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국내 모터업체들로서는 여러 면에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않은 것 같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