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삼보컴퓨터 사장

<삼보컴퓨터 이정식 사장>

삼보컴퓨터는 지난 한햇동안 끊임없는 변신을 계속해 왔다. 팀제를 도입하고 아이템별 조직을 시장위주의 조직으로 개편한 것을 비롯해 대리점 주문제도 시행, 위성교육 실시, 전국통합 AS체제 구축 등 회사경영 전반을 뒤흔든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주변상황 속에서 컴퓨터 전문기업으로서의 삼보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삼보 전직원들의 의지를 담고 있음은 물론이다. 올해를 삼보 고유의 경영혁신을 마무리하는 해로 규정하고 있는 이정식 사장은 삼보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있는 전직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의 매출목표는 1조원으로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1조원 매출목표는 우리 역량으로는 달성하기 벅찬 수치였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 1조원이라는 고지를 달성하기 위해 삼보의 전임직원은 모든 역량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95년에 비해 32%라는 고성장을 기록해 비록 매출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해 1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보가 기울였던 노력은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올해 컴퓨터시장에서 삼보가 거듭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일 지난해와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올해에도 1조원이라는 높은 고지를 쉽게 정복하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매출목표를 말씀해 주시죠.

올해는 지난해보다 40% 정도 늘어난 1조2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 놓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올해는 삼보컴퓨터가 명실상부한 1조기업이 되는 해가 될 것입니다. 부문별로는 내수시장에서 8천5백억원,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고 있는 수출부문에서 4억5천만달러(약 3천5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LG-IBM의 출범과 세진의 약진 등은 올해 삼보컴퓨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물론 삼보컴퓨터에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데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삼보는 지난해 삼보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이것이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올해 경영방침을 「삼보 특화력(Trigemized Strength)의 강화」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삼보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체질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고객들이 편하게 상품을 구매하며 교육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 컴퓨터 관련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유통점을 비롯, 삼보그룹에서 공급하는 모든 정보통신 관련 기기를 취급하는 정보통신 중형점 등을 새로 설립, 취약한 유통구조를 보강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국내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한 마켓셰어 경쟁보다는 실판매 위주의 내실다지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전문기업으로서 치열해지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삼보특화력을 말씀하셨는데, 쉽게 설명해 주시죠.

삼보특화력은 삼보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이죠. 저는 삼보특화력의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정착된 팀제를 들 수 있습니다. 삼보 고유의 팀제는 회사와 개인, 개인과 회사가 하나가 되고 전사원의 사장화를 실현해 사원 모두가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갖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팀장은 삼보라는 기업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삼보가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삼보만의 고유한 조직체계입니다. 저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제품개발에서부터 영업에 이르기까지 특화된 시장별로 팀을 구성, 세분된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을 포함해 영업사원 등이 모두 한 팀에 속해 각 분야별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영업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은 삼보 외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일 것입니다. 이같은 모습들이 바로 삼보가 커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해 연말 세진과의 제휴설로 한때 국내 컴퓨터 시장에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세진과 제휴를 추진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세진과 협력관계를 맺으려고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내용은 삼보가 세진에게 PC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전혀 이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삼보는 PC전문 생산기업입니다. 외국에는 OEM으로 수출하면서 내수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특히 막대한 자본과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삼보로서 세진의 대형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이점입니다. 세진과 사업을 벌이면 삼보의 유통망이 무너진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PC시장에서 대리점들이 과거와 같은 안일한 자세로 영업을 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이미 대리점들의 매장 대형화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만, 대리점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삼보로서는 고객들이 삼보 제품을 원할 경우 이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원칙만은 분명히 밝혀 두고 싶습니다. 이같은 적극적인 자세는 이제 어느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말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입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는 美 대형유통점인 시어스 등에 대량으로 PC를 수출해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산 PC의 수출 가능성과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지난해 우리는 수출부문에서 2억4천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국 현지법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하는 놀라운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패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PC전문 기업인 삼보가 수출에서 이같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는 이같은 실적은 여러 국내 컴퓨터업체 중 삼보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삼보가 수출을 시작한 시어스는 미국 전지역에 8백개의 대형매장을 갖추고 있으며 6천명의 영업사원과 2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입니다. 이러한 시어스가 삼보의 PC를 선택했다는 것은 시어스 회원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삼보의 이같은 쾌거는 국산 PC의 경쟁력이 세계 어디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다른 컴퓨터업체들도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피나는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좀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에도 새로운 바이어의 발굴과 해외거점의 현지화전략 등을 통해 4억5천만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출 1조원을 앞둔 삼보로서는 지금이 PC전문 기업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지, 사업을 다각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다각화는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만, 대부분 컴퓨터관련 분야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영자로서 사업다각화는 기업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전문기업만이 최고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또 재벌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삼보에게는 하나의 대응책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사업은 언제든지 착수할 계획이며, 현재 다각적으로 신규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삼보는 정보통신 전분야에 계열사를 설립, 새 시장을 열어가면서 정보통신분야의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만 타그룹과는 달리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삼보 회원사들은 현재 14개로 정보통신 각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부분 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스스로의 역량을 갖추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각 회원사들의 역량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작업은 지난해 하반기에 설립한 시너지테크놀로지센터(STC)가 담당할 것입니다. STC는 전회원사를 망라한 그룹 공동연구소로, 회원사들 고유의 기술력을 결집시켜 향후 그룹 기술력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올 상반기 중 신개념의 상품들이 STC를 통해 발표됩니다. 이 제품들은 삼보가 가진 하드웨어 기술과 이동통신기술을 결합한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합니다. 회원사들의 새로운 사업으로는 지난 1일 출범시킨 삼보정보컨설팅이 SI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며, 이외에도 SO사업과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그리고 환경분야로의 진출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