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본 등 외산장비에 밀려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저항기 장비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광홍, 정협, 홈브릿지, 일본 도쿄웰더 등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서 커팅기 전문업체인 알테크가 수년전 문을 닫은 데 이어 작년 하반기에 커팅기와 웰딩기를 전문생산하던 J정밀이 사업을 정리, 현재 국내 저항기 제조장비 전문업체로는 유일하게 페인팅기 생산업체인 이화정공만이 남게 됐다. 그러나 이 회사도 장비제조보다는 저항기 업체에 세라믹로드를 착막, 납품하는 착막전문업체로 사업중심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내 저항기 장비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국내업체에 비해 품질이 크게 뒤졌던 대만업체들에 밀려 국내업체가 최근 급속히 도태되고 있는 것은 일본제품의 단순 카피(?)에 안주, 독자모델 개발투자가 미흡했던 데다 국내제품이라면 무조건 품질을 의심하는 저항기 업체들의 자세 또한 한몫을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대만업체들은 저임금과 한가지 품목에 집중투자하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업체를 추월, 국내시장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국내 장비가 기껏해야 분당 1천2백개의 저항기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최근 선보이고 있는 대만산 장비는 분당 1천8백개가 가능할 정도의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마케팅측면에서도 개별적으로 저항기 업체들을 상대하는 국내업체들과 달리 대만업체들은 업체별로 1개의 장비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협상은 공동으로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홍은 커팅기, 정협은 페인팅기, 홈브릿지는 웰딩기를 전문생산해 외국 구매자가 대만을 방문하면 이들 업체가 공동전선을 구축해 일괄판매 협상을 벌인다』고 전한다.
장비업계 관계자들은 저항기 업체들이 가격대비 성능을 이유로 국산을 외면하고 대만산 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데 대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저항기 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앞으로도 장비와 소모품을 모두 대만에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됨은 물론 국내 장비업체가 전무해졌을 때 대만업체들이 장비 공급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당국에 대해서도 『당장 눈에 띄는 업종만 지원을 할 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의 토대가 되고 기반기술이라 할 수 있는 생산설비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지원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