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소프트웨어회사를 꼽으라면 단연 한글과컴퓨터이다. 단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두번째 성공한 회사를 꼽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하고 마는 이유와 일맥상통 한다. 다시 말해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그만큼 상징적인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지난해 9월24일 한글과컴퓨터는 주식시장에 장외등록, 주가가 무려 10만원대 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이찬진 사장은 30대 초반에 부에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코리안드림의 상징인물로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는 올해를 기업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원년으로 선언했다. 불과 창업 7년만에 한 업계를 대표하기에 이른 것에 대해 한글과컴퓨터 직원들은 많은 노력을 경주했지만 시대적인 운도 적지 않게 따라줬다고 겸손하게 고백한다.
거듭난다는 것은 진짜 실력과 노력에 의해 자생하겠다는 뜻이며 독보적인 기업으로서 무병장수하겠다는 또다른 의지이기도 하다. 이찬진 사장을 만나 한글과컴퓨터의 거듭나기 위한 계획과 최고경영자로서의 포부 등을 들어보았다.
<>올해를 거듭나기 위한 원년으로 선언했는데 우선 경영지표나 캐치프레이즈는 어떻게 정했습니까.
올 경영지표는 매출액 3백억원에 당기 순이익이 50억원입니다. 지난해에는 2백20억원의 매출액에 31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올해 지표는 96년 보다 외형에서 36%, 순이익에서 61% 각각 증가할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일단 경영에서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 실천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캐치프레이즈로 안으로는 『한국최고의 정보통신 기업, 한컴』 밖으로는 『세계로 도약하는 한컴』으로 정했습니다. 이제 세계 정보통신 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에서 보여지듯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프라가 가장 강력한 기업 경쟁력이며 무기가 됐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통신산업은 소프트웨어 없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글과컴퓨터는 기존에 쌓아온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자생적인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는 회사 안팎으로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우선 산업은행과 제일창업투자 등의 벤처캐피틀을 끌어들였고 이를 토대로 장외등록을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벤처캐피틀의 유입은 소프트웨어 자체를 돈으로 환산하기 꺼려했던 금융기관들의 보수성을 혁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신규 사업에서는 그룹웨어 분야에 진출, 솔류션 공급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인터넷 분야에서는 외부의 평가가 엇갈렸는데 긍정적인 부분은 검색엔진 「심마니」가 호평을 받았고 이를 이용한 심마니 정보검색서비스가 이 분야를 평정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서비스(ISP)사업을 두산정보통신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훨씬 많더군요. 나름대로 오랜 숙의끝에 내린 판단이었는데...
<>올해 사업전략은 어떻게 수립했습니까.
우선 사무자동화 분야에서 가장 큰 목표는 한글과컴퓨터의 기간 제품인 「한글」을 기반으로 한 「한글 솔류션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희 제품은 그동안 개인 사용자 대상의 「한글프로96」, 소기업과 통합사무환경을 겨냥한 스위트 제품 「한글오피스」, 중소기업등 본격적인 기업전산화용 그룹웨어 「한컴그룹웨어」 등 3부문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현재의 조직체계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 조직을 「한글솔류션 부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통합합니다.(조직 개편은 2월 예정) 조직개편의 목적은 제품 위주의 개발이나 공급이 아닌 고객이 요구하는 솔류션 위주로 전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여기에 관련된 수많은 컴포넌트들이 있습니다. 「한그림」(드로), 「한네트」(에뮬레이터), 「한메일」(전자우편), 「한팩스」(팩스에뮬레이터), 「한보이스」(음성에뮬레이터), 「한틀마름이」(폼프로세서) 등입니다. 기존 소프트웨어에 이들을 조합해서 고객이나 사용자가 원하는 솔류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보통신부문에는 심마니서비스나 한컴네트(온라인) 등 핵심부분에 대한 투자 확대를 꾀하며 올해부터 사장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인트라넷 SI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홈웨어 부문에서는 자체 개발 보다 브랜드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며 멀티미디어 교육사업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멀티미디어 CD롬타이틀 등에 대한 브랜드 사업은 장기적으로 보다 다양한 콘텐츠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21세기 정보통신산업은 누가 더많은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봅니다. 교육사업은 기존 컴퓨터사용자들의 불만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 또는 어디가 가장 가려운덴가를 파악해서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 줌싱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세계로 도약하는 한컴』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외진출을 시도할 계획입니까.
그동안 상당한 개발비를 투자해왔고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글」 「한틀마름이」 「심마니」 등의 제품을 세계화할 계획입니다. 우선 「한글」은 다국어 버전을 개발해서 현지국가에서 발표할 예정인데 대상국가는 일본과 중국입니다. 제품 개발은 이미 완료됐으며 공급 거점은 일본의 경우 한컴재팬의 설립이 이미 끝난 상태이고 중국은 동북 3성 중심의 총판 계약을 마쳤습니다. 영문버전을 이미 완성해놓고 있는 「한틀마름이」와 「심마니」도 로스앤젤리스의 한컴USA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평소 이찬진 사장은 기회있을 때 마다 요소 소프트웨어(콤포넌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소프트웨어의 재사용과 같은 보다 포괄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이같은 관심을 한글과컴퓨터의 기업 전략에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지난 95년 당시 노벨의 워드퍼팩트 그룹에 철자검색기나 한글한자사전 등을 크로스라이센스 형태로 공급한 적이 있습니다. 「심마니」의 경우는 현재 미국의 한 기업이 라이센스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과컴퓨터가 개발한 한영자자동전환기 등 콤포넌트들도 요청이 있습니다. 하여튼 올해부터는 가능한 한 모든 콤포넌트들을 해외에 라이센스 형태로 수출, 해외진출의 폭을 크게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법인 분리했던 유통계열사 한컴서비스의 실적은 어떠했습니까. 회사 외형을 불리기 위해 다시 통합할 계획은 없는지요.
한컴서비스를 분리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한글과컴퓨터 가족 전체가 지향하는 장기적인 기업 목표를 달성해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의 기업목표나 그 목표를 추구해가는 과정의 모델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는데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의 시장이 뒷바침돼 줬습니다. 미국 시장은 유통 체제가 잡혀있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합니다. 크지도 않은 시장에서 불법복제, 덤핑 등이 난무하면서 유통업체들이 도산했거나 잇따라 업종 전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컴서비스를 분리한 것도 한글과컴퓨터 제품의 안정적인 유통체계 확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부터는 한컴서비스는 한글과컴퓨터의 제품전략과 거의 무관하게 운영될 것입니다. 이것은 한컴서비스가 다른 회사의 제품도 공급하는 본격 소프트웨어 유통회사로 발돋음시키겠다는 의미입니다. 「로터스 노츠」나 「노벨 네트웨어」 「코렐 드로」와 유명 외국 소프트웨어 패키지 제품들도 공급할 예정입니다. 한컴서비스의 기업 성장 모델은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삼았습니다. 이 회사에도 관싱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2월경에 있게될 조직개편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앞서 설명드렸지만 이번 조직개편은 「한글솔류션화」를 위한 것입니다. 기존 기술개발부문, 응용소프트웨어부문, 오스피스웨어부문, 정보통신부문, 홈웨어부문 등 5개의 독립채산제 사업단위를 3개의 사업단위로 통폐합합니다. 주요 내용은 「한글솔류션화」를 위해 기술개발부문, 응용소프트웨어부문, 오피스웨어부문을 통합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래야 상호 유기성을 갖고 다양한 한글솔류션들을 개발해 낼 수 있을테니까요.
<>최고경영자로서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업계 경영여건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거기에 대한 한글과컴퓨터의 대응방안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그동안 정부가 강하게 표명해왔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의지가 실천에 옮겨지는 육성 원년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라면 올해부터 5년간 4조 5천억원이 소프트웨어 R&D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또 공공부문의 전산화 비용 가운데 10%를 의무적으로 소프트웨어 구입에 할당하는 제도도 올해부터 시행됩니다. 소프트웨어업계로서는 일단 그 어느해 보다 경영여건이 좋은 해가 될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제도가 얼마나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글과컴퓨터는 예전처럼 불법복제나 자금확보, 수요창출 등을 어느 곳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찬진사장은 정치인이며 또 집권당의 전국구의원 예비 후보 2순위입니다. 앞으로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떤 분야의 입법 활동에 주력할 계획입니까.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일은 없습니다. 했더라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게된다면 소프트웨어 관련 법규의 현실화이겠지요. 그러나 현역 의원들 대부분도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에 어떤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정도는 다 알고 있을거라고 봅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