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7 부품경기 긴급진단 (상)

최근 불황이 계속되고 총파업 등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돌발 요인들이 새해 벽두부터 국내경제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등 경제상황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부품업계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본지는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부품업체 최고경영자 1백9명(응답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부품업체 경영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알아보고 아울러 올해 부품산업에 영향을 미칠 핫이슈, 그리고 주요 품목별 경기전망 등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경기예측>

국내 주요 부품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불황이 올해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예상되는 올해 부품산업 경기에 대한 설문에서는 11.9%가 「크게 악화」, 49.5%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대답하는 등 전체의 61.4%인 67개 업체가 「전년도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본 21개 업체(19.3%)까지 합하면 전체의 80% 이상이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업체는 전체의 19.3%인 21개 업체에 불과했다.

가전시장 회복 기대 안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이 지적한 요인(복수응답 포함)으로는 「국산 전자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실(56%)」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가전의 침체지속(17.3%)」 「세트업체의 해외이전(14.7%)」 등의 순이었다. 또한 후발국가들의 추격과 외국제품의 저가공세라는 응답도 12.0%에 달해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일본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줬다.

반대로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본 업체들은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인한 직수출 확대(47.8%)」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기기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시장의 확대(47.8%)」가 경기회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반면 「가전시장의 회복」이라고 답한 업체는 1개 업체에 불과해 가전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는 업체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기의 최대변수로 환율 및 금리변동을 꼽은 업체가 전체의 33%(36개)로 가장 많았고, 시장개방과 노사분규가 각각 23%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업체들의 환율에 대한 높은 관심은 특히 지난해에 원화와 일본 엔화의 동반 평가절하가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가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해 보이며 시장개방과 노사분규 등은 OECD 가입과 노동자 총파업 등으로 최근 이슈가 되면서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대통령선거라는 응답은 14.7%, 대북관계도 6.4%로 상대적으로 적어 정치적인 문제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사업계획>

응답업체의 60% 이상이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가운데도 자사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려잡은 업체가 의외로 많아 주변환경과는 달리 부품업체들의 올해 사업계획은 매우 의욕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총 1백9개 업체 가운데 10% 이하의 매출성장률을 목표로 한 업체도 21.1%에 달했지만 26.6%(29개사)가 15∼20%를, 39.4%(43개사)는 20% 이상의 높은 매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에서도 이처럼 높은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은 것은 지난해의 부진을 벗어던지고 매출확대를 위해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부품업체 경영자들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장 해외이전 적극 추진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해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경영방침을 묻는 질문에 34.8%가 「매출증대」를 꼽았고, 「수익성 제고」와 「품질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답한 업체도 각각 28.4%와 17.4%나 돼 매출증대와 경영구조 개선이 올해 경영의 양대 축이 될 것임을 짐작케 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61.4%(67개사)가 「여건만 허락하면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는데 해외진출 요인으로는 고임금(50.6%)과 세트업체의 해외이전에 따른 내수시장 축소(29.9%)가 꼽혔고, 진출하고 싶은 지역으로는 중국(38.4%)과 동남아(38.4%)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신규사업 진출의지도 매우 높다. 신규사업을 검토하는 업체가 전체의 80.7%(88개 업체)에 달해 사업구조를 미래형으로 고도화하는 데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업체중 무려 73.6%(67개사)가 정보통신분야를 지목, 최근의 정보통신 열풍을 반영했고, 산전분야도 11%로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한편 신규사업 진출방법으로는 「자체개발(61.8%)」 「외국업체와 합작(29.2%)」 「전문기업의 M&A(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부품산업 위상>

국내 부품산업은 세트업체들의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종속적인 구조를 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물론 부품업체들의 세트업체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전자부품업체 가운데 62.4%(68개사)가 국내 세트업체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50%를 넘어서고(50∼70%는 24.8%, 70% 이상 37.6%)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존도 30% 이하는 17.4%에 불과했다. 따라서 세트업체들의 바람을 타지 않기 위해서는 독특한 사업추진과 함께 해외 직수출 확대 등 공급처 다변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세제 혜택 확대 기대 올해 세트업체의 정책중 전자부품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무엇이 되리라고 보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는 대상 1백11개(복수 3개사, 무응답 1개사) 업체중 절반 이상을 넘는 70개 업체(63%)가 「세트업체의 가격인하 압력」이라고 답해 가격인하 압력에 대해 많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전자산업 경기침체로 세트업체들이 자사제품의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부품구매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부품업계는 이같은 가격인하 압력의 풍파를 겪은 바 있다. 이밖에 「세트업체의 해외이전(16.2%)」 「세트업체의 부품 글로벌소싱(14.4%)」 등이 비슷한 비율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금융세제 혜택(31.25%)」 「지원금 확대(24.1%)」 등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고 「행정규제 완화(16%)」 「노사안정 정책수립(15.1%)」 「대기업의 하도급 횡포 규제(13.4%)」의 순으로 나타나 금융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부품업체들의 고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편 국내 부품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독자기술 확보, 품질안정, 고부가제품 개발 등 주로 기술적인 과제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부품산업부】

<> 설문조사 내용 분석

1. 올해 경기는 지난해와 비교해서 어떨 것이라고 보십니까?(총 1백9개 업체)

가. 크게 악화(13) 11.9%

나. 다소 악화(54) 49.5%

다. 비슷(21) 19.3%

라. 다소 좋아질 것(20) 18.4%

마. 크게 좋아질 것(1) 0.9%

2. 경기가 악화될 것(1번 질문에 가와 나로 답한 경우)이라고 본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총 75)

가. 가전의 침체지속(13) 17.3%

나. 세트업체의 해외이전(11) 14.7%

다.전자제품 가격경쟁력 상실(42) 56.0%

라. 후발국들의 추격(2) 2.7%

마. 일본산의 저가공세(7) 9.3%

3. 경기가 좋아질 것(1번 질문에 라와 마로 답한 경우)으로 본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 되겠습니까?(총 23)

가. 직수출 확대(11) 47.8%

나. 가전경기 회복(1) 4.3%

다. 정보통신시장 확대(11) 47.8%

4. 올해 경기에 미칠 최대변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총 1백9)

가. 환율 및 금리변동(36) 33.0%

나. 대통령 선거(16) 14.7%

다. 대북관계(7) 6.4%

라. 시장개방(25) 23.0%

마. 노사분규(25) 23.0%

5. 귀사의 올해 매출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총 1백9)

가. 5% 이하(8) 7.3%

나. 5∼10%(14) 12.8%

다. 10∼15%(14) 12.8%

라. 15∼20%(29) 26.6%

마. 20% 이상(43) 39.4%

바. 감소(1) 0.9%

6. 올해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경영방침은 어떤 것입니까?(총 1백9)

가. 수익성제고(31) 28.4%

나. 매출증대(38) 34.8%

다. 사업다각화(15) 13.8%

라. 해외진출(6) 5.5%

마. 품질안정(19) 17.4%

7. 여건(자본력 등)이 허락한다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시겠습니까?(총 1백9)

가. 예(67) 61.4%

나. 아니오(42) 38.6%

8.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하신다면 가장 큰 국내적 요인은 무엇입니까?(총 77)

가. 고임금(39) 50.6%

나. 높은 부지구입 및 임대비용(3) 3.9%

다. 지나친 행정규제(2) 2.6%

라. 세트업체의 해외이전에 따른 내수시장 축소(23) 29.9%

마. 인력난(10) 13.0%

9. 해외로 진출한다면 그 지역은?(총 73)

가. 중국(28) 38.4%

나. 동남아(28) 38.4%

다. 중남미(10) 13.7%

라. 유럽(6) 8.2%

10.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신규사업 참여를 생각하고 계십니까?(총 1백9)

가. 예(88) 80.7%

나. 아니오(21) 19.3%

11. 만약 신규사업에 참여하신다면 어떤 시장을 목표로 하시겠습니까?(총 91)

가. 정보통신(67) 73.6%

나. 가전(3) 3.3%

다. 자동차(6) 6.6%

라. 산전(10) 11.0%

마. 비제조업(5) 5.5%

12. 신규사업을 추진하신다면 어떤 방법을 쓰시겠습니까?(총 89)

가. M&A(8) 9%

나. 외국업체와 합작(26) 29.2%

다. 대기업사업 이전(0)

라. 자체개발 추진(55) 61.8%

13. 올해 부품업계에 영향을 미칠 세트업체의 정책은 무엇이 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총 1백11-복수응답 포함)

가. 현금결제(5) 4.5%

나. 세트업체의 해외이전 (18) 16.2%

다. 글로벌 소싱(16) 14.4%

라. 가격인하 압력(70) 63%

마. 납기단축(2) 1.8%

14. 귀사는 국내 세트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정도입니까(전체 매출대비)?(총 1백9)

가. 30% 이하(19) 17.4%

나. 30∼50% (22) 20.2%

다. 50∼70% (27) 24.8%

라. 70% 이상(41) 37.6%

15.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은 어떤 것입니까?(총 1백12-복수응답 포함)

가. 개발지원금 확대(27) 24.1%

나. 행정규제 완화(18) 16%

다. 노사안정 정책수립(17) 15.1%

라. 금융세제 혜택(35) 31.3%

마. 대기업의 하도급 횡포 규제(15)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