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를 얘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다. 그냥 떠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관련 연구나 자문 및 치료약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한한 안철수라는 이름은 거의 절대적이다.
컴퓨터라는 말조차도 생소했던 지난 80년대 말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말을 처음으로 국내에 보급한 사람이 바로 그였고 지금까지도 그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 중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새해 사업계획 확정 및 작업 점검차 5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21일 잠시 귀국한 그를 만나봤다.
-현재 미국 유학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공학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전공분야는 경영공학(Executive Engineering)이고 특히 의료정보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논문이 통과되면 오는 5월에 학위를 받게 됩니다.
-일시 귀국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의 올해 사업 준비 및 점검차 귀국했습니다. 내부 인력 충원이나 내달로 계획된 사무실 이전을 비롯, 전문가용 백신 프로그램 개발 및 발표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을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안 연구소가 준비 중인 일들이 조금 많기 때문이죠.
-올해 어떤 일들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97년은 안 연구소가 일대 전환을 이룰 해로 기대됩니다.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돼 현재 개발인력을 모집 중이며 자체적인 판매망을 갖추기 위해 영업인력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제품 측면에서는 올해 연구소설립 이래 가장 많은 백신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오는 3월 PC버전 백신 이외에 LAN이나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버전 프로그램들을 발표할 예정으로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그동안에는 국내에서 발견된 국산 및 외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왔지만 올해에는 전세계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판매는 한글과컴퓨터가 해왔는데.
백신 프로그램들은 일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신종 바이러스들이 계속 출현하는 만큼 신종 백신들도 계속 개발돼야 하고 이에 따른 영업 및 판매도 일반 프로그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지난 95년 연구소 설립 이래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저희 백신 프로그램에 대해 독점적인 판권을 확보하고 영업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연구소가 독자적인 판매 및 영업을 담당합니다. 물론 한컴은 저희의 가장 큰 총판입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을 판매하는 것처럼 지금 당장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유지, 보수 지원인력을 더 확보하는 만큼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도 가능토록 할 방침입니다.
-일반인에게도 백신 프로그램들을 판매하실 예정입니까.
저희가 개발한 백신 프로그램들은 그동안 일반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돼 왔습니다. 앞으로도 일반인 대상의 제품은 무료로 제공, 공익연구소로서의 역할을 다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기업 대상의 전문가용 제품은 판매할 계획입니다. 바이러스 백신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 말고도 다른 사업을 구상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정보 보안 분야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데이터를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 사용자가 원할 때 활용토록 하는 것이 데이터 보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 백신도 정보 보안의 일부로 볼 수 있죠. 새로 충원되는 개발인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및 유닉스, 암호화 관련 연구를 진행, 이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연내나 오는 98년 초 PC 수준의 정보 보안 연구발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나머지 분야들은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 점차 확대 진행할 게획입니다.
-직업이 의사이면서 전혀 관계가 없을 것같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별다른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컴퓨터를 공부하던 중 바이러스에 흥미를 느껴 이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0년 가까이 바이러스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하고싶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의학과 컴퓨터는 별개의 학문인데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물론 어려움이 많습니다. 의대 재학시절 컴퓨터를 독학할 때부터 유학 중인 지금까지 두 가지 일을 병행해 오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국내에 아무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당시에는 국제전화나 통신망을 통해 외국 프로그래머들에게서 자료를 얻었는데 통신비용도 한 달에 수십만원이 넘었습니다. 힘들지만 좋아서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는 일을 사람들이 인정해 주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통해 도움을 얻을 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라는 제목의 책까지 출판할 만큼 의학이나 컴퓨터 분야에서 약간은 「별난」 그는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사명감보다는 즐거움으로 일을 해왔다고 얘기한다.
과거를 반성하되 좌절하지 않으며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현재까지 그를 지탱해 온 좌우명이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 지 기대해 볼 일이다.
<김윤경기자>
* 약력 *
62년 부산 출생
88년 서울대 의대 및 동대학원 졸업
91년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부정맥 연구)
95년∼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학석사 과정 재학 중
86년∼현재 대학의학협회 회원, 서울지검 정보범죄수사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