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일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중 개정령(안)」을 둘러싸고 뜨거워진 컴퓨터통신 토론마당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정부의 「타율적 규제」가 과연 정당한가에서부터 입법이 확정되기 전에 취해야 할 행동에 이르기까지 네티즌들의 의견이 보름이 넘도록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실 통신망 규제에 관한 논란은 사이버 스페이스가 새로운 사회 인프라로 정착되면서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움직임에 맞서 웹사이트에 리본달기 등 네티즌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북한의 체제홍보를 목적으로한 일부 북한 관련사이트를 정부가 나서 국내 네티즌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고 한총련 사태와 관련해 PC통신방을 폐쇄한 일도 있다.
물론 당시에도 컴퓨터 통신마당을 통해 이에 항의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입법이라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불온통신, 음란물 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논란의 강도는 훨씬 높다.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은 사법기관이나 정보수사기관의 장(長)이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통신」이라고 인정, 이의 거부, 정지, 제한 등을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를 해치는 내용의 전기통신」 역시 정보통신윤리위가 이의 거부, 정지, 제한을 정통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것도 대상이 되고 있다.
통신망 토론마당에서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내용에 대해 현재까지 올라온 글들은 반대의견이 훨씬 우세하지만 찬성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진보통신단체연대모임」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정통부에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최근 「인터넷 검증시험 사태」에서 보듯 컴퓨터통신이 「부인할 수 없는 압력단체」로 등장하고 있다.
반대론의 핵심은 이 법이 원안대로 확정될 경우 법원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 사법기관 혹은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통신망을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 통신기본권을 침해할 뿐더러 「영장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또 심의기구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법원 판단에 의하지 않고 「풍속 관련 통신」을 규제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통신 검열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의 규제를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현실론」을 내세운다. 「통신에도 정화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한 네티즌은 『통신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가 많다』며 예의없고 심지어 욕설까지 난무하는 채팅을 예로 들고 『얼마나 한심하면 정부가 나서겠냐』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전제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통신은 선량한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에서는 통신마당에서의 의견은 반대가 많겠지만 중장년층 특히 음란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학부모들은 「풍속 관련 제재」는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정부에서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결국 국회에서 최종 확정되겠지만 「원안통과」든지 혹은 백지화나 「개정통과」든지간에 사이버 스페이스를 달구는 네티즌들의 토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