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어요] 영어뉴스 앵커

『외국인들에게 투영된 한국의 이미지는 학생 데모등 「과격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어느정도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비롯,한국의 참 모습은 제대로 알려져 있은 것 같습니다.한국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하고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다른 보람을 찾을 필요가 없겠지요』

민재은씨는 영어 뉴스앵커이다. 내달 3일 개국하는 아리랑방송의 메인 뉴스인 「10시뉴스」를 진행한다. 아리랑방송은 국제방송교류재단이 국내 체류외국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외국어방송이고 그는 간판프로인 영어 뉴스를 맡고 있다.

영어 뉴스앵커의 핵심은 물론 뛰어난 영어실력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만큼 「네이티브 스피커」와 구별이 안될 정도의 정확한 발음에서부터 표현력, 매너등을 갖춰야 한다.

외국인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학생등 내국인들도 주 시청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특히 그들은 AFKN은 물론 위성방송을 통해 CNN에서부터 NHK에 이르는 다양한 영어 뉴스를 접하고 있다.

민재은씨는 『뉴스에 대한 감각과 순발력,균형 잡힌 시각과 시청자들에 대한 신뢰성등 국내 방송 앵커가 갖춰야할 기본 자질은 영어 뉴스에서도 역시 근본이 된다』고 말하고 『외국인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정서와 문화에 맞도록 표현을 조절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데 내국인들이야 「5,6공(共) 시절」이라고 간단히 표현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고 김치의 의미 역시 외국인들이 받아들이는 「현실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고민을 통해 뉴스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민재은씨의 독특한 이력은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미국의 브라운대를 졸업했다. 그 스스로 『영어는 모국어 수준이고 그 다음은 일본어, 「부끄럽게도」 한국어가 가장 자신없다』고 밝혔다.

민재은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다.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 일본에서 NHK의 「투데이스 저팬」이라는 영어뉴스의 앵커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당시 독도나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 개인적 고민은 있었지만 일본의 시각으로 뉴스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고 귀국후에는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관련, 한국의 입장에서 세계를 향해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게돼 새로운 각오를 느낀다』고 말했다.

민앵커는 약 20분간의 뉴스를 위해 10여시간을 할애한다.국내방송과는 달리 앵커가 직접 현안 취재에 나서고 프로를 제작하는 「멀티 스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그날 그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위성으로 방영되는 세계 주요 방송사의 뉴스와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각 신문을 꼼꼼히 챙기는 작업도 거르지 않는다.

현재 영어 뉴스진행자는 아리랑방송을 비롯, YTN등 일부방송국에 국한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확대될 추세이다. 민앵커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당장에 영어뉴스를 진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자로서 취재와 기사작성등 몇년간의 경험을 쌓는다면 도전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수영과 에어로빅 승마가 취미이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없고 그 대신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는 민재은씨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및 정서를 모두 체험한 사람답게(?) 「나이」와 「수입」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웃음」으로 대신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