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7 부품경기 긴급진단 (하);업종별 전망

가전시장의 침체와 정보통신기기 시장의 급부상이 최근 국내 전자산업계에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관련 부품들의 「부익부 빈익빈」 상황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 전자부품시장은 정보통신기기시장에 힘입어 세트의 회로를 구성하는 다층기판(MLB)을 비롯, 세트의 경박단소화에 따른 표면실장제품, 기기의 에너지원인 전지 등이 이끌어가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PCB

인쇄회로기판(PCB)은 모든 전자제품의 근간이 되는 핵심부품으로 경기동향이 관련세트의 시장추이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올해 PCB시장 전망 또한 주력시장과 주 공급업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품목별로 보면 우선 5대 가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단면PCB 부문은 지난해보다 5% 가량 소폭 위축될 것으로 보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는 국내 가전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전 3사가 내수시장의 고전속에서 해외생산과 글로벌소싱을 올해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 가전성격이 강한 통신기기와 컴퓨터 주변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에폭시 양면PCB 역시 페놀양면(실버스루홀)과 로앤드 4층 기판의 협공에 밀려 지난해 수준의 경기를 따라가기도 버거울 전망. 다만 양면시장은 대형 PCB업체들이 MLB사업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경기의 최대변수다.

FPC 20%성장 기대 그러나 본격적인 도약기에 접어든 MLB와 연성PCB(FPC)는 올해 적어도 20% 안팎의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MLB는 기존 컴퓨터 주기판이 중심이 돼 온 시장에 올해부터 이동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SIMM, BGA패키지 등 반도체, TFT LCD 등의 신규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고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FPC 역시 주력시장이었던 카메라 및 캠코더시장의 위축으로 그동안 비교적 더딘 걸음을 보여왔으나 올해는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의 경박단소화에 따른 신규 및 대체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미진했던 수출도 본격화될 조짐이어서 올해는 MLB와 함께 PCB업계의 확실한 기대주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콘덴서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세트업체의 가격인하 압력,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일본 업체들의 저가공략과 대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지역 후발 부품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콘덴서업계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필름콘덴서의 경우 박스형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상황이고 그나마 수입대체시장을 겨냥해 국산화하더라도 일본 등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의 터무니 없는 저가공세로 국내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세트기기의 경박단소화에 따라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용으로 대량 채용되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표면실장부품(SMD)도 일본 업체의 대량, 저가공세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올해에도 국내 콘덴서업계는 고전을 면치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필름콘덴서를 중심으로 한 국내 콘덴서 업체들은 올해에도 채산성 확보를 위해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한 동남아 및 중국지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저항기

저항기는 가전세트의 지속적인 해외이전에 따른 리드선 저항기의 내수시장 축소와 정보통신시장 확대에 따른 칩 저항기시장 확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로 볼 때 이미 리드선 저항기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고 칩 저항기는 이제 도입기를 지나 올해부터 1차 성장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항기의 칩화율을 보더라도 현재 일본이 85%선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60%선에 머물고 있어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리드선 저항기시장은 20% 이내의 소폭성장에 그칠 것이지만 칩 저항기는 80% 이상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칩 저항기의 개당 단가가 3원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어서 칩 저항기시장에 신규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기업의 독점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중소 저항기 업체들은 값싼 대만산 칩 저항기를 수입, 소규모 물량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디바이스

수정디바이스 부문은 기본적으로 통신부품군에 속하는 탓에 가전에서 통신으로 넘어가는 전자산업의 구조개편 흐름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다소 호전되고 있는 경기가 연말까지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탈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많다.

그러나 수정디바이스 역시 품목별로 주력시장이 가전이냐, 통신이냐, 컴퓨터냐에 따라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자부품중 비교적 중국산의 위협이 큰 품목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49U를 비롯한 범용제품 시장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대표적인 수정디바이스군의 하나인 수정진동자 부문은 TV, VCR, 오디오 등에 주력 탑재되는 49U의 빠른 퇴조 속에 ATS(49S)가 주력품목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신기기용 초소형 제품인 UM시리즈와 올해 도입기인 세라믹 SMD타입 제품도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컴퓨터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정발진기(오실레이터)류는 지극히 불투명한 컴퓨터시장 변동추이에 따라 올해도 확실한 경기예상이 힘든 상황이다. 다만 TCXO, VCXO, TCVCXO 등 오실레이터 응용제품군은 고주파기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수정디바이스 업계의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범용제품 시장 불투명

<>커넥터

최근 수년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온 국내 커넥터시장은 올해도 1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는 노트북PC, PDA 등 휴대기기시장의 확대 및 휴대폰, 시티폰(CT2) 등 이동전화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따른 각종 단말기용 고밀도, 협피치 커넥터 및 기지국용 초고속 통신용 커넥터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에 반해 최근 커넥터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광커넥터 및 관련 광부품시장도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광통신망 구축 및 인텔리전트빌딩의 건설증가, 케이블TV망 완성 등의 요인에 따라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새로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커넥터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자동차용 커넥터는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사태로 초반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자동차용 커넥터 생산업체들의 상당수는 전년대비 15∼20%의 매출신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최근 수년간 가전시장의 침체로 부진을 거듭해 온 가전용 커넥터 전문업체들의 자동차용 및 통신용 커넥터를 중심으로 한 사업다각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이 분야에서의 시장경쟁도 주목된다.

<>전지

올해 국내 전지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25% 이상의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망간건전지 및 알칼라인건전지 등 1차전지 시장은 성장률이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서통의 브랜드를 인수한 미국 듀라셀社 및 에너자이저社 등 첨단 마케팅능력을 동원한 외국 업체들의 공세가 더욱 심해져 국내 업체들은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본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 1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지업체들은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 국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실 및 외산제품의 저가공세를 들었다.

반면 2차전지 시장은 휴대폰, 노트북PC, 캠코더 등을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기기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30%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로케트전기에 이어 LG화학, 태일정밀, 서통 등 국내 업체들이 올해안에 니켈수소전지 및 리튬이온 2차전지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 세계 2차전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도 생산량을 크게 늘려 국내 2차전지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튜너, 데크

대표적인 AV부품인 튜너와 데크메커니즘은 올해에도 부진을 면치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올해에도 가격경쟁력 하락과 내수시장 침체에 대응, 그간 지속해 온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2차전지 출시 붐` 튜너와 데크업체 모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대폭성장은 어렵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사업다각화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튜너업체들은 무선주파수(RF)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정보통신용 RF모듈 개발에 사업중심을 둘 것이며 데크메커니즘 업체들은 차량용 CD체인저 및 플레이어,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용 메커니즘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코어

코어업계는 올해 매출증대보다는 경영안정화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는 경영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규소강판과 페라이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코어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는 한편 매출증대보다는 수익성 제고에 주안을 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황의 여파는 브라운관산업의 후광을 업고 있는 페라이트코어보다 규소강판코어 업체들에 더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규소강판코어 업체들은 그 대안으로 시장이 계속 줄고 있는 트랜스용 코어의 판매비중을 낮추고 모터용 코어 등 고부가품목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해외진출을 더욱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페라이트코어 업체들 역시 지난해보다 어려운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업체들이 대대적인 증설을 마친 데 이어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에 착수한 증설도 올해 대부분 완료될 것으로 보여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설비증설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저가공세를 시작했고 국내 대기업들이 호시탐탐 이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도 큰 변수다.

대기업들의 신규참여 여부는 올해 페라이트코어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실제 이같은 설을 뒷받침할 만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그 핵은 동부그룹과 삼성그룹이다.

동부그룹은 이미 지난해에 동부제강을 통해 철분말코어 업체인 마한매그네틱스의 설비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아산만 신냉연공장 가동과 함께 페라이트코어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임을 공언하고 있고, 로터리트랜스용 코어만을 생산해 온 삼성계열의 삼성코닝 역시 편향코일(DY)용 코어의 시장조사에 착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하드페라이트를 생산하면서 꾸준히 진출설이 나돌았던 쌍용양회 역시 현재는 소문이 잠잠하지만 코어사업 참여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트랜스

트랜스포머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세트업계의 해외생산 확대와 계속되는 가격인하 압력으로 올해도 계속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번 본지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트랜스포머 업체들의 대부분이 올해 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기업 코어 참여 긴장 특히 철심트랜스포머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페라이트코어를 사용하는 범용 트랜스포머 업체들도 일부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과 해외진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세트업체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기에 급급해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는 등 고전을 면치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세트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세트업체들의 해외이전 가속화에 따른 국내시장 축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트랜스포머 업체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올해도 중국 및 동남아 등 저임금 국가로의 생산공장 이전에 주력, 원가절감 및 시장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부품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