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전산업의 변화

한국의 가전산업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주요 제품군이 가전제품에서 정보통신제품으로 이행되고 있고, 유통시장에 이어 제품시장도 완전 개방되었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화, 고급화하여 품질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 신개념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불하는 대가 이상의 가치를 공급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실정이다. 유통업에서는 국내 및 외국의 가격파괴형 대형 유통업체의 설립과 진출로 인한 유통이 대형화 및 가격파괴가 심화되어 기존의 전속성 유통망인 대리점체제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 유통업을 막론하고 한 국가 전시장의 구도는 고객의 요구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지속해야 할 한국의 가전업체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총론적으로 말한다면 시장구조의 개편에 순응하는 중에서도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개척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먼저 시장의 정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역동적인 변화의 방향을 꾸준히 추적해야 한다. 현재 한국 유통시장을 조망해 보면 가격파괴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성장하고 있는 중에도 아직도 개개인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리점의 메릿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국내의 양판점 및 가격파괴형 신업태의 속출과 함께 외국의 동종업체들의 진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시장의 기축은 대리점임을 의미한다. 요컨대 변화의 방향을 쫓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가전시장의 환경은 다양성과 속도(Speed)라는 양립하기 힘든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힘든 도약일수록 그것을 극복할 경우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가전업체의 차기 과제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의거, 시장의 변화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경쟁력있는 핵심역량을 길러나가야 한다.

기존의 백화점식 경영에서 탈피하여 저마다의 컨셉트를 도출, 설계, 생산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유통, 광고판촉, 물류시스템의 효과와 효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다양성과 스피드로 대표되는 고객의 요구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환경변화애 대한 대응은 물리적인 인프라스트럭쳐만으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상부구조적인 변화가 선행해야 한다.

즉 시장이 요구하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의 창조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조직의 문화로서 구현,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方孝相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