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홍콩, 중국으로 이어지는 3국이 인터넷시대의 동남아 정보기술의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3국은 「인터넷 미래의 강국」을 표방하고 정부와 민간이 하나로 똘똘 뭉쳐 정보기술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71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해 투자유치회를 가졌다. 실리콘밸리 역사상 처음이자 투자유치회 사상 매우 드물고 특이한 모임이었다고 현지 특파원들은 전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말레이시아에 일종의 첨단 기술개발 단지인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더」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인터넷에서의 정보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는 특별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차원의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저렴한 정보통신 이용료, 10년간 면세,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할 「가상법률(사이버 로)」의 제정 등 이른바 10대 혜택을 제시하고 정부 주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에서는 가장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해 아시아시장을 공략하려는 실리콘밸리 업체들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델컴퓨터와 패커드벨, NEC 등 몇몇 업체들이 말레이시아 진출을 확정했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콸라룸푸르에 동남아지역 본부를 개설하고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영업확대를 위한 최적의 발판』이라며 선전하고 있다.
오는 7월1일 영토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홍콩은 인터넷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토대로 인터넷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비치고 있다. 새로운 홍콩, 즉 중국당국이 선택한 길은 바로 인터넷으로 이의 발달을 통해 홍콩체제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은 현재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49개나 되며 웹사이트를 구축한 업체도 1년전 1백55개에서 현재는 4백93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1백여 공공기관과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학교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홍콩은 또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검열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반체제 내용을 다룬 사이트나 포르노 사이트만큼은 검열을 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중국 당국은 무조건 개방, 완전한 개방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고속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저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개방의지는 중국 본토로도 그대로 이어져 지난해말 「차이나바이트」라는 중국어 웹 뉴스사이트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으며 일부 웹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했다. 중국인들은 이제 마음대로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CNN, LA타임스 등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죽의 장막에 가렸던 나라가 도저히 상상조차 못할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은 한술 더 떠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트라넷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업체 내에도 인터넷기술을 중심 기반으로 하는 정보체제를 구축, 세계 비즈니스 환경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이 이같이 인터넷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이 향후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비록 지금까지의 정보통신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뒤졌지만 인터넷시대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섬뜩할 정도의 추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주춤거리는 틈을 타 그동안 벌어진 격차를 좁혀 놓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우리나라는 이제 이들 3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시아의 용에서 이무기로 추락한 우리의 위상이 인터넷시대의 패권을 꿈꾸고 있는 이들의 도전으로 더욱 떨어지지 않도록 국제적인 정보화 환경구축에 매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