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대우통신 사장

유기범 대우통신 사장

AT&T, 지멘스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종합 정보통신업체. 대우통신이 다가올 21세기에 그리는 청사진이다. 대우통신이 남보다 앞서 해외에 생산 및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이같은 원대한 계획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올해 매출 1조원시대 진입은 대우통신이 세계적인 종합 정보통신기업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취임 2년 만에 대우통신을 매출 1조원의 대형 기업으로 일구면서 자동차 및 조선 등 기계 중심의 대우그룹 이미지를 첨단 하이테크그룹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유기범 사장은 21세기 세계 일류기업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고객의 꿈을 창조하는 기업, 세계 인류에 공헌하는 기업으로서 대우통신의 미래모습을 자신감있게 내보였다.

-새해를 맞는 소감과 포부를 밝혀주십시오.

지난해 우리나라는 OECD 가입에 따른 시장개방체제로의 전환,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 등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등으로 인해 업계간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됐던 한 해였습니다. 올해도 시내전화사업 등 신규 통신사업자의 선정, 노동법 개정 및 대선 등에 따른 정치, 사회적 변화가 극심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외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올해 1조원의 매출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한 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우통신은 지난해 정보통신사업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난해 이룩한 주요한 사업성과를 말씀해 주시죠.

대우통신의 지난 한 해는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굳건히 한 해였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차세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PCS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통신프리텔의 지분 4.9%를 확보함으로써 한국통신에 이어 2대주주로 부상했으며 이에 소요되는 PCS장비의 공급자격도 획득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공화국, 우즈베크공화국, 그루지아공화국 등 CIS지역에 총 1백50만회선 2억5천만달러 이상의 전전자교환기 수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적인 교환기 수출업체로 부상했습니다. 영상멀티미디어사업의 일환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디지털 케이블TV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차세대교환기인 ATM교환기, 2.5기가 광전송장비 상용화, 노트북PC시장에서의 돌풍 등도 주요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착실하게 다졌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정보통신분야 뿌렸던 여러개의 씨앗들은 빠르면 올해부터 아니면 3, 4년 내에 커다란 열매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 대우통신의 사업전개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대우통신은 창립 이래 외형적으로는 매년 큰 신장세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매출의 65%가 PC나 OA사업부문에서 올릴 정도로 통신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습니다. 올해는 대우통신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시대에 진입하는 1조1천5백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정보통신부문과 시스템사업부문의 매출을 전체 매출의 50% 수준인 5천7백억원으로 끌어올려 명실공히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계획입니다.

-1조원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전략이 있다면.

우선은 타사와 차별화한 히트상품 및 기술우위 상품을 조기에 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95년 출시와 동시에 국산 노트북PC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솔로와 같이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우수한 제품을 출시해 국내외시장을 공략해 갈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해외현지생산 및 판매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대우통신은 지난해 우크라이나공화국에 대용량 교환기 합작법인인 「드니프로-대우」를, 중국에는 광케이블 합자회사인 「우시-대우」를, 우즈베크공화국 타슈켄트에는 「대우 C&C 판매법인」을 각각 설립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도 자원과 노동력, 기술이 있는 곳에 우리의 판매와 생산거점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대우통신은 지난해 미국 뉴저지 및 새너제이, 인도 뉴델리 및 일본 후쿠오카 등에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올해에도 국내외 기술인력의 과감한 유치, 핵심 요소기술의 관리강화 및 선진기술이나 신규기술이 있는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전략적 연계체제도 더욱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대우통신의 올해 사업계획 중 상당부분이 통신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롭게 구상하는 사업이 있다면.

지난해 대우통신이 PCS 등 신규 통신사업 참여에는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정보통신분야의 기술력과 사업력을 갖게 하는 데 큰 보탬이 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한국통신프리텔의 2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향후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며 서로 보완하는 입장에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또 (주)대우의 통신사업부문과 협력, 해외통신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케이블TV 신규사업자 선정시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장비 및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핵심장비 공급사업도 전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타사와 차별화한 인터넷 서비스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갈 것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대우, 대우전자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대우넷」을 기본망으로 그룹사 및 협력사,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익을 사회에 공헌한다는 자세로 통신서비스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주)대우와 협력관계를 맺고 PC와 전화를 연결할 수 있는 인타넷폰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며 미국의 유명 개발 및 서비스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해 갈 것입니다.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습니다. 대우통신도 정보통신업계 중 가장 많은 해외투자를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대우통신은 21세기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정보통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무대로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스스로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1등 상품, 1등 품질을 목표로 연간매출액의 7% 이상을 첨단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전전자교환기부문에서는 이란, 알제리, 중국, 미얀마, CIS지역 등 전세계 각국에 총 1백90만회선 3억5천만달러 이상을 수출, 한국 교환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공화국, 그루지아공화국에서는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을 제치고 통신 현대화사업 추진업체로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교환기 수출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교환기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해외 현지생산 및 판매체제의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크 및 우크라이나에 설립한 「알로카-대우」와 「드니프로-대우」 외에 올해에도 벨로루시공화국, 미얀마, 인도 등에도 교환기 합작공장을 추가로 설립함으로써 연산 1백만회선 이상의 전전자교환기를 수출하는 세계적인 교환기업체로 부상할 계획입니다.

광케이블 및 팩시밀리사업 등에서도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중국 천진에 있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팩시밀리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 「무석대우전람유한공사」라는 광케이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에도 참가해 왔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그룹계열사인 (주)대우에 설치된 해외통신사업팀과 연계해 운용은 (주)대우가, 장비공급은 대우통신이 맡는 방식으로 국제입찰에 적극 참여해 세계기업들과 경쟁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대우통신에는 올해가 세계경영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컴퓨터산업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상당히 위축돼 있습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올해 대우통신의 컴퓨터사업 확대방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난해는 컴퓨터업계가 경기침체 및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어 상당한 불황을 경험한 한 해였습니다. 올해에도 경기침체의 지속과 홈PC의 수요정체로 매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운 상항은 대우통신이 오히려 컴퓨터사업부문에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컴퓨터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노트북PC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경쟁사에 앞선 우수한 제품을 연속 출시하고 지난해부터 설립하기 시작한 노트북PC 특화점을 현재 40개에서 올해에는 1백여개를 추가로 설치, 노트북PC 유통망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또 해외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수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새너제이에 설립한 노트북PC 전문연구소를 통해 노트북PC에 관한 최신기술을 신제품에 신속히 적용, 국내시장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또다른 전략으로는 세계경영과의 접목입니다. CIS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전전자교환기 생산공장인 「알로카-대우」에 컴퓨터 생산라인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 지난해 타슈켄트에 설립한 컴퓨터와 OA기기 판매법인인 「대우 C&C」를 인접국가인 우크라이나, 러시아연방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럽판매법인인 「대우텔레콤유럽」의 조직을 대폭 확대해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밖에 내수시장에서는 유통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고 대리점에 대한 교육강화, 전국 순회로드쇼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주요 상권 내 거점매장을 적극적으로 개설할 생각입니다.

-대우통신의 컴퓨터사업과 국내 최대의 컴퓨터 양판점인 세진은 이제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습니다. 세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컴퓨터 유통이 대형 양판점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현재와 같은 대리점추세로는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대우통신이 세진의 지분을 인수한 것도 이같은 흐름에 따른 결정입니다. 지금까지 세진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봅니다. 다만 연간매출이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나 조직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우통신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시각과 달리 대우통신과 세진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제 양사 관계자가 2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세진의 정책이나 영업방향 등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진이 전국 각지에 세운 과도한 규모의 매장면적을 축소하고 직원들의 전문화를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진은 고객들이 모든 제품을 비교해보고 가장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양판점 형태의 유통점입니다. 따라서 저는 세진이 대우통신만의 유통점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우통신의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유통 전문업체가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세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입니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