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다.」
총 직원 6명,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서울 여의도의 2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업체 「플라토(PLATO)」의 모토는 회사이름과는 달리 매우 현실지향적이다.
대우전자 VCR연구소에 근무하던 김성찬씨(36, 플라토 실장)와 4명의 동료연구원들이 퇴직금 8천만원으로 지난 94년 9월에 설립한 플라토는 대기업 중심의 국내 가전산업계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업체 중 한곳이다.
이 회사의 연혁은 일천하지만 가전제품과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영역에 걸쳐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95년에는 광폭 TVCR용 마이컴, TV, 통합리모컨 등을 이용한 스마트 홈오토메이션(HA)시스템 등을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음란, 폭력물 시청제한 VCR와 에어컨용 진공형광표시판(VFD) 마이컴 등을 개발하면서 숨가쁜 1년을 보냈다.
또 방송용 비디오서버 컨트롤러와 포스코센터의 터치스크린 안내시스템을 기획, 설계하고 미국의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TI사 등과 디자인하우스 계약을 맺는 등 사업반경을 대폭 확대했다.
『현재 인력, 자금력 등 모든 조건이 열악하지만 플라토의 궁극적인 목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작지만 세계적인 R&D업체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김성찬 실장은 플라토의 포부를 대변했다.
플라토의 이러한 도전정신과 적극적인 해외진출 노력은 지난해 독일, 이탈리아의 업체 등으로부터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결실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독일의 갤럭시그룹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TV(M-TV)」 프로젝트는 TV에 PC기능과 양방향 통신기능이 가미된 차세대TV를 제안하고자 하는 시도로 플라토의 미래가 걸려있는 작업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또 이탈리아, 일본, 인도의 가전업체들로부터 생산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TV시스템 개발을 의뢰받아 설계 최적화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플라토가 단시간내에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었던 원동력을 갖춘 데 대해 김 실장은 『남들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제품과 기술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신념을 강조한다.
플라토 멤버들의 이러한 신념은 대우전자에 근무할 당시 이들이 「W이론」으로 유명한 서울공대 이면우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하이터치팀」 소속으로 활약했던 백그라운드와 무관하지 않다.
플라토는 현재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대 공학연구소를 비롯 국내외 대학 및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는 힌트를 얻는다.
『상반기에 구상한 아이디어가 하반기에 가면 이미 철지난 옷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개발 노력 이상으로 독자적인 정보입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최근의 해외출장 소감을 피력한다.
아직까지는 매출실적보다는 자신들만의 터전을 만들어 자유롭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플라토 멤버들은 분주한 일과로 명예퇴직이나 불황에 따른 앞날을 염려할 틈이 없는 특별보너스를 받고 있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