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식 제조방식과 테일러리즘의 결합으로 포디즘이라는 대량시스템이 생성되게 되었다. 이같은 생산시스템은 다소 변형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마셜플랜과 생산성운동 등을 통해 유럽과 일본 등으로 전파되어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의 경제성장과 대량소비사회를 이끌어내는 데 공헌하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소득증가에 기인한 수요의 다양화, 개성화, 단순작업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발과 파업, 세계적인 치열한 경쟁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하게 변화되면서 이같은 생산시스템은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제품종류를 무한히 확대할 수 있는 토요티즘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유연생산시스템이 나타나 보편화했다. 이같은 생산시스템이 급속히 확대된 것은 기계산업과 정보통신 등 전자기술의 결합에 힘입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새로운 생산시스템의 채택으로 일본의 한 기계설비회사는 기계설비와 공장용지, 생산시간 등을 50% 이상 줄일 수 있었고 인력을 75% 줄일 수 있었다.
중소, 중견 기업에 적합한 기계산업은 정보기술과 결합, 유연생산시스템을 확산시키면서 가전,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자본,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전환시켜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기업입지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포르투갈로 이전했던 독일기업들은 독일로 혹은 다른 선진국으로 재이전하고 있다. 유연생산시스템으로 더 이상 인건비는 큰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시장수요에 대한 적기대응, 다기능공, 잘 갖추어진 인프라, 부품공급업체 등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의 확대는 근본적으로 어디서 오는가.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이후 적자가 확대되면서 96년에는 2백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흔히 우리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요인으로 반도체 가격하락 등 단기적 요인과 고비용, 저효율 등 구조적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기계산업의 취약성이 무역적자 확대의 한 요인이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에 국한해 볼 때 지난해 11월까지 총 적자액은 54억달러인데 일반기계(정밀기계 포함)에서의 적자는 53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대량생산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의 기호변화, 치열한 경쟁 등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생산시스템은 경직성을 띠게 된다.
이와 함께 우리산업이 대규모로 자본재 수입을 유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거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가격경쟁력을 높이자니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하게 된다. 기계산업이 취약한 상황에서 이같은 대규모 시설투자는 기계류분야에서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임금, 물류비, 금리 등 국가적 고비용 구조도 원인이 되긴 하지만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우리기업의 대량생산시스템과 기계산업의 취약성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리고 어렵더라도 정부로서는 메카트로닉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지원을 늘리고 기업들은 유연생산시스템의 채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의 유연생산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 및 기술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집약형 중소, 중견 기업의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鄭晩基 통산부 서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