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성시를 누려왔던 방송장비 밀수가 새로운 환경하에서도 계속 존재할 것인지에 방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환경이란 지난해 말 통산산업부가 「비디오카메라 레코더(HS코드 8425.40.9000)」에 분류시켜 수입을 금지시켰던 방송용 카메라 및 VCR를 올 1월부터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부분 해제한 것. 통상산업부는 첨단고도기술을 필요로 하는 방송용 장비의 경우 국내 전자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준의 제품개발에 한계를 나타낸 데다 수요처인 방송사들의 높은 일본제품 선호도 등을 이유로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물론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 레코더는 계속적으로 수입선 다변화품목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용 카메라 및 VCR가 이처럼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됨에 따라 이제 주수요처인 방송사 및 프로덕션들은 별다른 부담없이 일본산 장비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지역민방이나 프로덕션, 케이블TV업계는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방송장비의 수입선 다변화품목 적용을 중단해야한다고 관계 요로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이제 이같은 소원이 성취된 것이다.
일본산 방송장비에 대한 주수요처의 자유로운 접근을 근거로 한다면 용산과 청계천 일부 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해 온 밀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게 전자업계 및 방송계의 지적이다. 그러나 전자업계나 관세청 관계자들은 밀수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 방송용 카메라나 VCR 등 전체 방송장비 수요물량의 15∼20%가 밀수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입선 다변화 부분해제」라고 해서 밀수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장비의 자유로운 수입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밀수가 존재할 것이란 분석은 밀수제품의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것이다.
녹화기용이나 모니터용 카메라는 물론이고 방송용 VCR를 세관을 통해 들여올 때 운임 보험료 포함가격(CIF)은 일반 국제유통가에 비해 크게 높아진다.CIF 가운데 세금비율이 무려 40%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관세 8% 외에도 특소세(16.2%), 교육세(4.86%), 부가가치세(12.42)를 합할 경우 총세금은 41.48%에 달한다. 가령 방송용 VCR 1대를 1억원에 들여올 경우 4천1백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비록 방송용 장비가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지정이 해제돼 자유로운 수입이 허용됐을지라도 CIF 중에 세금비중이 40%를 넘고 있다는 사실은 밀수가 계속될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밀수 규모는 이전과 달리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식 경로를 통해 들여온 제품의 경우 리스자금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밀수제품 구입 시에 일시불 지불이 요구되는 사실과 비교할 때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밀수제품의 AS 문제도 정상수입품의 유통증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전제로 할 때 올해 전체 방송용 장비시장에서 밀수 물량은 10%선 유지하면서 계속 유통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시룡 기자>